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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2 아들 ‘4천만원 빚’…스마트폰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등록 2017-11-27 20:29수정 2017-11-28 16:11

합성 아이템·아이템 뽑기 등
온라인 게임에 사행성 요소 섞여
온라인 도박 사건 10대 피의자수, 지난해 3배 이상 증가
28일 낮 국회서 ‘청소년 도박 중독’ 대책 토론회 열려
도박, 주사위, 베팅. 픽사베이
도박, 주사위, 베팅. 픽사베이

ㄱ(17)군은 친한 친구가 온라인 도박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도박 게임을 접하게 됐다. 주로 한 건 ‘사다리’라는 게임이었다. 일정 금액을 걸고 5분마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숫자의 홀짝을 맞히면 돈을 따는 게임이었다. 단순한 플래시 게임 같은 구성에 재미 들려 사다리에 몰두하던 ㄱ군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도 발을 들이게 됐다. 한 달 중 25일 가까이 도박 게임을 하고 스포츠 도박의 승률을 높이려고 밤늦게까지 해외 스포츠 경기 중계를 시청하고 분석하느라 학업에도 소홀해졌다. 운이 좋을 경우 30만원가량 돈을 딸 때도 있었지만, 크게는 400만원을 한 번에 잃는 등 돈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도박을 하며 생긴 빚은 4천여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빚을 메꾸려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허위로 판매글을 올려 4번 사기를 쳤고, 경찰 조사 때는 부모가 찾아와 합의를 해야만 했다. ㄱ군은 최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관리센터)를 찾아 도박 중독 상담을 받았다.

온라인 도박 게임에 중독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ㄱ군과 비슷한 경로를 거친다. 온라인 광고물이나 친구를 통해 도박 게임을 접하게 되고, 게임을 시작했다가 ‘잃은 돈’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온라인 사기 같은 범죄에 빠지거나 우울 증세를 앓게 되기도 한다. 온라인 도박 게임에 빠져 3천여만원을 잃은 ㄴ(18)군은 부모 물건을 팔아 도박 비용을 댔다. ㄴ군 부모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ㄷ(18)군도 도박으로 잃은 돈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로부터 700만원가량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협박을 당해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2015년 관리센터에서 13~17살 사이 청소년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도박으로 경미한 수준의 피해를 입은 ‘위험군’은 4.0%, 반복적인 도박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도박 ‘문제군’은 1.1%로 나타났다. 온라인 도박을 하다 수사기관에 입건된 10대 피의자 수도 2015년 113명에서 2016년 347명으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관리센터 관계자는 “성인의 경우도 도박 문제군과 위험군 비율이 전체의 5.1% 정도 된다. 청소년들의 도박 위험 수준을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 온라인 도박 게임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을 쉽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사행성 요소를 덧댄 모바일 게임이 늘고 있는데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앱을 간편하게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팽이 경주처럼 순위를 맞히는 게임이나, 아이템 구매권을 사도 특정 비율 이하로만 성공 가능성이 이어지는 ‘확률형 아이템’ 스마트폰 게임이 그런 것들이다. 실제 청소년들은 도박과 게임의 구분이 모호한 사행성 게임에서 시작해 점점 도박성 게임에도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문종탁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팀장은 “청소년들이 많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들은 수익을 위해 도박과 유사한 뽑기 형태의 유료 콘텐츠를 많이 도입하고 있다”며 “모바일 앱을 활용한 게임 형태의 도박에 청소년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배상률 부연구위원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실태조사에서 도박 게임을 한 이유를 보면, 비문제군은 일시적인 재미나 호기심으로 도박을 접하는 반면 문제군으로 갈수록 ‘돈을 따지 않을까 싶어서’라는 응답률이 높아졌다”며 “청소년들에게 선제적 교육과 초기 상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각해지는 청소년 도박 실태를 점검하는 토론회도 열린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 주최로 28일 낮 1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를 보고 그 대안을 말하다’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 등이 참석해 대책을 모색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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