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올 9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을 동원해 여론조작 활동을 한 국정원 심리전단은 3차장 산하 조직이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관진 전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댓글공작’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종명 전 3차장도 구속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법원은 이 전 차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재판장 신광렬) 심리로 진행된다고 29일 밝혔다. 2011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국정원 3차장으로 재직한 이 전 차장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과 공모해 민간인으로 구성된 ‘댓글 외곽팀’ 팀장들에 수백 차례에 걸쳐 수십억원 상당의 국정원 예산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외곽팀 활동을 직접 관리했던 국정원 심리전단은 3차장 직속 조직이다.
지난 18일 이 전 차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군과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돼 구속된 다른 피의자들의 구속적부심 청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지역 한 중견 변호사는 “법원 예규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가 계속 구속적부심을 맡을 것인데, 김관진 전 장관 등에게 적용된 이유만 놓고 보면 이종명 전 차장이나 이번 적폐청산 수사로 구속된 어떤 누구라도 석방을 해줘야 맞는 것 같다”며 “구속적부심이 지난번 김관진 전 장관 석방 이후 영장실질심사의 2심 같은 형식으로 변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 검사도 “최근 법원의 구속적부심 결정은 사실상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부정하고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는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한 석방 이유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 내용 등에 비추어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법원이 다시 한 번 따지는 제도다. 판사 한 명이 판단하는 영장실질심사와 달리 합의부가 판단하기 때문에 구속 결정을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중요 사건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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