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곤 기자
[현장에서]
성장이냐, 분배냐? 여전히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쟁점이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사회지출과 경제성장’이란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은 이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미국의 피터 린더트 교수(캘리포니아주립대학·경제학)는 “1980년대 이후 오이시디 국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소득 재분배가 국가 생산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계량경제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분배나 사회지출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에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총괄국의 랜덜 존스 한국·일본 담당관은 “일본은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인데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선진 유럽국들보다 낮은 수준이며, 한국도 이 수치가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난 10년 동안 두 나라의 소득불평등을 크게 늘게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최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데도 “성장만이 살 길”이라는 성장지상주의의 신화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지배 담론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국내외 학자들은 한결같이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적 논쟁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토론에서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이 우선돼야 하느냐에 대한 답은 ‘확실치 않다’”며 “이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복지)지출이 성장에 도움이 되고, 어떤 사회지출이 그렇지 못한가에 대한 논의로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가 진정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승자 독식의 사회인가, 함께 잘 사는 사회인가’에 있지 않을까?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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