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2만쪽이 넘는 ‘태블릿 피시’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기획된 국정농단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부와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이 변호사의 주장을 이례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공무상 비밀이 담긴 청와대 문서가 보관된 태블릿 피시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의 기폭제였으나, 최씨는 지금까지도 이 태블릿 피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1일 최씨의 재판을 열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최씨, 박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의 증거 조사를 열었다. 하지만 증거 조사를 시작하기 전 이 변호사는 “(태블릿 피시의) 디지털 분석 감정서 에이포(A4) 2만 쪽이 넘는데 피고인 이익을 위해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로 상징되는 측에서는 태블릿 피시를 국정농단 사건의 치명적인 증거로 본다. 그런데 저희 전문가 확인 결과 태블릿 피시는 특정 사람에 의해 기획된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태블릿 피시는 단연코 최순실씨의 소유가 아니다. 이건 법적으로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피고인 혼자서 독점적으로 이 태블릿 피시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태블릿 피시 보안패턴의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당시 제이티비시(JTBC) 기자는 바로 보안패턴 엘(L)을 알고 열어봤는데 우연이라고 하기에 납득하기 어렵다. 최씨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보안패턴을 씨(C)로 했어야 했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또 제이티비시 기자가 검찰에 제출하기 전 태블릿 피시를 사용했고, 최씨의 셀카는 다른 사람이 셀카 기능을 이용해 찍은 것이며, 독일 위치정보가 일치하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썼기 때문이라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고형곤 검사는 “최씨가 태블릿 피시를 사용한 적 없다고 하는데, 셀카 사진이 태블릿 피시로 촬영된 게 인정됐다. 그럼에도 최씨가 이걸 본 적도 없다고 하는 건 명백히 허위가 아닌가. 최씨가 사용하지 않았다면 독일, 제주도에 최씨가 머문 시점과 (저장된 동선이) 일치할 수 있겠나”라고 이 변호사에게 되물었다. 이어 “제이티비시는 이 태블릿 피시에 어떤 자료가 있나 확인하려 열람을 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문건이 수정, 조작된 흔적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왜 그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지 의문이다”라고 고 검사는 지적했다. 또 고 검사는 “정 전 비서관이 이메일을 통해 드레스덴 연설문을 보냈고 최씨가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저희가 증거 없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록을 다 보셨을 것임에도 억지 주장하면서 재판부와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멈춰주셨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반발한 이 변호사가 여러 차례 검사의 발언을 끊자, 법정에 출석한 검사들이 함께 “발언권을 얻고 얘기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재판부가 양쪽을 진정시키자 이번에는 최씨가 나섰다. 최씨는 “저도 한마디만 하겠다”며 고 검사를 향해 “저를 조사할 때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서 왜 태블릿 피시를 안 보여줬냐.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거는 재판장님이 밝혀주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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