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달 말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기존 제3자뇌물죄 등의 혐의 외에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지난 7월 자신이 협회장을 지낸 한국이(e)스포츠협회에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도록 기획재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4일 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제3자뇌물, 뇌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25일 법원은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지난 7월 기재부가 ‘아마추어 이(e)스포츠 생계 조성사업’, ‘신한류 이(e)스포츠 콘텐츠 산업기반 조성사업’ 등 이스포츠협회 관련 사업에 예산 20억원을 편성하는 과정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였다. 애초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사업에 대해 최초 요청한 예산 규모는 5억원이었다. 검찰 조사결과, 기재부는 처음에 해당 예산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전액 삭감했고, 이후 전 전 수석의 보좌관을 지낸 윤아무개씨와 이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아무개씨가 청와대를 찾아 전 전 수석과 예산 편성에 관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그 뒤 전 전 수석이 기재부 예산실장에게 “20억원으로 증액해 편성해달라”고 전화를 했고, 기재부는 태도를 바꿔 문체부에 애초 신청한 5억원이 아닌 2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이다. 전 전 수석의 요청으로 사업비가 4배로 불어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인 전 전 수석이 자신이 사유화하고 있는 이스포츠협회에 예산을 배정하도록 한 것은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4일 조사를 마치는 대로 전 전 수석 신병 처리 방침을 정할 예정인데,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쪽으로 사실상 방향을 정한 분위기다. 전 전 수석은 여전히 “불법행위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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