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신설을 추진 중인 강원도 ‘동해특수학교’의 안내 책자. 강원도청 제공
‘무릎 꿇은 엄마들’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앞으로 신도시 등에 특수학교를 일반학교보다 먼저 짓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애학생을 위한 학교 설립에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이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고 비는 사례 재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예산 1조7천억원을 투입해 최소 22개 이상의 특수학교를 짓고 특수교사도 크게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년) 계획’을 내놓고 “특수교육 대상자가 10년 전에 견줘 25% 늘었지만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이 쉽지 않고, 특수교사 배치도 67%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앞으로 5년간 특수교육 대상자의 사회적 통합,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체계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5년간 장애학생을 따로 교육하는 특수학교를 22곳 이상 새로 짓고, 일반학교에서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는 ‘특수학급’은 1250곳(유치원 400학급 포함)을 마련하기로 했다. 2022년이 되면 현재 174곳인 특수학교는 196곳 이상, 특수학급은 1만325곳에서 1만1575곳 이상으로 늘게 된다.
교육부는 일부 지역 주민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거나, 학교 설립에 대한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데 따른 대책도 내놨다. 앞서 지난 9월 서울 강서구의 한 토론회에서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막지 말아달라며 지역 주민 앞에서 무릎을 꿇어, 사회적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신도시를 개발할 때 특수학교에 필요한 부지를 일반 초·중·고교에 앞서 확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국회에서도 일반 고교와 함께 특수학교를 신도시 학교용지에 포함하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된 상태다. 원도심에서도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땅이나, 대학이 소유했지만 잘 쓰지 않는 땅을 특수학교 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지원청별로 특수학교 수요를 파악한 뒤, 부족한 부분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해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면서 특수학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특수교육 대상이 가장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유아 단계에서는 17개 시·도에 1개 이상의 통합유치원 설립을 추진한다. 통합유치원은 일반-특수교사가 ‘공동 담임’을 맡아 교실을 운영하는 형태다. 또 특수교사 배치율도 현재 67% 수준에서 90%대까지 높인다.
2013년부터 5년간 진행된 ‘제4차 특수교육발전 계획’은 2011년 이른바 ‘도가니 사건’ 영향으로 장애학생의 학습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통합교육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과 특수교육 시설 및 교원 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한계로 꼽혀왔는데, 이번 5차 계획은 이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장애아동 학부모와 관련 단체는 일단 반기는 태도다.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정부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결에 직접 개입하는 등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입시 중심 교육 등과 얽혀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중·고교 특수교육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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