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불법 시위를 벌인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가로막는 정부의 예산집행정지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규정이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6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예산집행지침)’에서 ‘집회(시위)’와 관련한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불법 시위를 벌인 단체에 대한 국가의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안을 내면서 “불법 시위를 열거나 주도한 단체가 보조금 지원을 제한 받게 되면, 이 재한 사유가 냉각효과, 즉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작용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원 제한 규정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구체적 근거 없이 불법 시위단체에 대해 보조금을 제한하는 예산집행지침은 ‘법률 유보의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설명했다. ‘법률 유보의 원칙’이란 행정권이 법률에 근거해 행사되어야 한다는 공법상의 원칙이다.
인권위는 또한 시위를 주최하거나 주도했는지 여부로 보조금 제한을 결정하는 것도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불법시위라는 게 하다 보니 과열되어 불법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 불법단체로 낙인찍힌 뒤 아예 민간보조금을 못 받게 하면,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예산집행지침이 민주정치 실현의 기본권이자 소수자집단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며 권고안을 낸 취지를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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