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4번째로 포토라인에 선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과학계와 교육계, 문학·출판계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세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는 14일 오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통상 영장청구 이틀 뒤에 심문을 열어왔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사흘 뒤 일정이 잡혔다.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청구된 우 전 수석의 두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다시 심문을 맡게 됐다.
<한겨레> 취재결과, 우 전 수석의 심문 일정이 사흘 뒤로 잡힌 것은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이 낸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쪽은 검찰의 영장청구 당일 법원에 ‘심문기일지정에 관한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저녁 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피의자의 변호인은 영장청구를 보고 사건 검토 등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우 전 수석의 재판이 11일과 15일에도 예정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이 12일과 13일 오전, 오후에 (다른) 재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서 14일 오전으로 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권 부장판사가 오늘 전병헌 전 수석 영장심문 진행 및 결정을 해야 하고, 내일도 다른 영장실질심사 사건이 적지 않아 기록검토를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일정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차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권 부장판사에게 배당된 것과 관련해서도 “지난번 우 전 수석의 영장청구 및 재청구됐던 사건은 이미 불구속 기소가 됐고, 이번 영장청구 건은 별개의 범죄사실에 관한 것이므로 일반적인 컴퓨터 배당에 따라 영장전담법관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그렇더라도 영장심사가 사흘 뒤 열리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두 번의 우 전 수석 영장심사 역시 이틀 뒤에 열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들이나 변호인 쪽은 영장심사 기일을 미루려고 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틀 뒤 일정을 잡아왔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심문도 이틀 뒤에 열렸다. 기록검토를 이유로 영장심사 기일을 하루 늦춘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법원 관계자는 “박근혜 피고인 때처럼 하루 더 일정을 늦추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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