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4일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최순실씨.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4년 되던 지난해 12월19일부터 1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1심 재판이 14일 막을 내렸다. 최씨에 대한 1심 판단은 다음달 26일에 나온다. 지난해 10월31일 검찰 소환 때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죽을죄를 지었다”고 읍소하던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 ‘억울하다’는 취지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은 최씨를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자,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된 국가 위기사태의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징역 25년과 1185억원의 벌금, 77억9735만원의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겐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사익 추구에 협력했다”며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뇌물로 받은 가방 2점 몰수, 추징금 4290만원을 구형했다.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에겐 “정경유착의 적폐를 기회 삼아 헌법 가치를 무너뜨렸다”며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의 장성욱 특검보는 이날 재판에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은밀하고 부도덕한 유착과 이를 십분 활용한 비선 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사건의 실체”라며 “최씨가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특검과 검찰을 비난한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라고 비판했다. 에스케이·롯데 뇌물 및 직권남용 등의 사건을 맡았던 검찰 역시 “최씨는 기업 현안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향유하는 등 군사정권, 권위주의 정권의 적폐를 그대로 답습했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1심 결심공판을 마치고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9735만원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반면 최씨 쪽 이경재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을 “일부 정파와 정치검사 등이 박근혜 정부 퇴진을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각색하고 왜곡한, 기획된 의혹 사건”으로 규정하고, “최씨에게 실제 과오가 있다고 해도 탄핵이나 구속기소될 사안은 아니다. 25년 구형은 옥사하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피고인 대기실에서 “아아아악!” 하고 괴성을 지르는 등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재판부는 세차례 휴정을 거치고도 최씨가 안정되지 않자 최후진술을 앞당겨 진행하고 조기퇴정시켰다. 그는 “구형을 보며 가슴이 멈출 것 같았다. 사회주의(보다) 더한 국가에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23분간 오열했다. 또 “박 대통령 곁에서 투명인간같이 살았다”며 억울함을 토하기도 했다.
최씨에 대한 선고는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의 ‘예고편’이 될 전망이다. 최씨의 18개 혐의 중 11개가 겹치는 탓이다. 이미 공범들에 대한 1심 판단이 나와 결과가 예측 가능한 사건도 있다. 삼성·그랜드코리아레저에 대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지원 강요, 케이티(KT) 광고 수주 강요 등 혐의는 공범인 조카 장시호씨와 차은택씨 등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바 있다. 433억원 뇌물 공여자로 엮여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1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와 별도로 최씨는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등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소은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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