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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또 ‘구멍뚫린 안전’…미숙련·일용직 노동자 덮쳤다

등록 2017-12-15 05:01수정 2017-12-15 10:08

오류동~온수역 코레일 사고
노동청 ‘작업중지’ 지시한 구간
선로작업 사전승인도 없이 시행
열차감시원조차 현장 배치 안돼

당진 현대제철소 사고
기계 오작동해 가슴 부위 끼어
작동 중단 비상 스위치 없고
근로감독관은 초동 조사 뒤 철수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28일)을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산재사망자를 추모하는 뜻을 담아 국화를 꽂은 작업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28일)을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산재사망자를 추모하는 뜻을 담아 국화를 꽂은 작업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3~14일 젊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은 사고들은 안전 예방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전형적인 ‘인재’였다. 이번에도 사고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미숙련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에게 닥쳤다.

13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 사고는 설비 보수작업 과정에서 빚어졌다. 숨진 주아무개(28)씨가 기계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던 중, 달궈진 강판을 압착하는 기계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주씨의 가슴 부위를 쳤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기계장치가 자동으로 멈춰야 하는데, 계속 작동하면서 피해자의 상반신이 기계 사이에 끼이는 사고로 이어졌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주변에 동료 작업자들이 있었지만 곧바로 설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비상스위치 등 안전장치가 없었으며, 설비보수 작업 시 전원 및 유압도 규정과 달리 차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선 기업의 안전관리 소홀과 형식적인 근로감독이 이번 사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사고 당일 현대제철 관할 근로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사흘째 당진공장에 대한 정기 근로감독을 진행중이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등 발생 시 작업중지 명령·해제 운영기준’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소 당진공장에서 이런 지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현철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부지회장은 “사망 사고 발생 시 근로감독관에게 즉시 사고현장의 모든 작업을 중지시킬 권한과 책임이 있는데, 간단한 초동조사만 하고 후속조처 없이 철수해 버렸다”며 “이를 문제 삼고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제철에선 최근 1년 새 산업재해로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앞서 2013년에는 노동자 5명이 아르곤 가스 누출 산업재해로 사망해 안전관리 총괄책임 부사장 등 3명이 구속된 바 있다.

철도사고에서도 사전 안전조처가 지켜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1호선 국철 구간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쪽은 14일 아침 오류동역~온수역 구간에서 발생한 작업자 사망 사고에 대해 “역사 내 작업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시공업체가 오류동역의 승인을 받는 ‘작업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열차운행선로지장작업 업무 세칙’ 제33조 ‘철도운행안전협의’를 보면, 시공업체는 선로작업을 시작하기 전 관할 구역의 역장과 철도운행안전협의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시공업체가 역장과 함께 철도운행안전협의서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역장은 이를 담당 관제사 쪽에 보내 작업시행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작업은 사전 승인 없이 이뤄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이 진행되려면 협의 신청을 해야 하는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동역과 온수역 모두 사고 당시 작업 상황은 알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사 현장에 배치돼야 하는 열차 감시원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노조 김선욱 미디어소통실장은 “배수로와 선로가 매우 가까워 위험한 작업이었는데도 철도 운행시간에 작업이 진행됐다”며 “사전에 작업 협의가 있었다면 운행 구간에서 열차가 서행운전을 하는 등 적절한 조처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선로에서 각종 작업을 하다 노동자가 숨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에만 노량진역, 한대앞역 등에서 열차에 치이거나 끼어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일어난 오류동역~온수역 구간은 지난 6월 노량진역 열차 사고 뒤 노동청이 지시한 ‘작업중지’ 구간에 포함됐던 곳이었다.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은 지난 7월 “궤도보수작업 구간에 곡선구간과 터널구간, 교량구간 같은 위험구간이 상당수 확인돼 재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경인선 구로역~온수역 구간을 작업중지 구간으로 추가한 바 있다. 작업중지 구간에선 노동자가 궤도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동안 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

사고 피해로 목숨을 잃은 전아무개(35)씨는 용역을 맡은 외주업체가 인력사무소에서 파견받은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날은 전씨가 사고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전씨가 철도 관련 업무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빈소가 차려진 구로성심병원에서 <한겨레>와 만난 전씨의 어머니 이아무개(63)씨는 “험한 일 마치고 돌아와서 밥을 해놓고 기다릴 정도로 착한 아들이었다”며 “워낙 추운 날씨여서 밖에서 일하는 게 안쓰럽다 했더니 ‘엄마가 사준 타이츠 입으면 따뜻해’라며 집 밖에 나선 게 마지막이었다”고 눈물 지었다.

황금비 조일준 이지혜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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