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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탈세·밀항 대부업자, 18차례 검찰 입건에도 활보한 비책은…

등록 2017-12-20 05:00수정 2017-12-20 10:40

민아무개씨, 2005년부터 특가법·조세포탈 혐의 등 대부분 무혐의·각하
작년 3월 밀항으로 입국 체포 뒤 검사장 출신 변호사 선임해 대응
검찰 밀입국 명확한데 영장 반려…결국 구속됐지만 5달만에 풀려나

탈세 공소시효 임박해도 소극 수사 사실상 사건 방치해 결국 불기소
해경선 “공소시효 넘기려 밀출국”…당시 수사검사들 중앙지검 요직에

민아무개(54)씨라는 대부업자가 있다. 2005년 이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조세포탈, 사기 등의 혐의로 18번이나 검찰에 입건됐는데도 대부분 무혐의나 각하, 불구속기소 처분 등을 받아냈다. ‘수사를 잘 빠져나가는’ 비책이라도 있는 듯한 민씨는 24억원의 세금을 탈루해 국세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지만,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도 한 번 받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민씨의 미납 세금을 추적했던 세무당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씨가 여전히 자유의 몸이라는 말을 듣고 “민씨가 대체 누구길래 검찰이 이렇게까지 봐주는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 밀입국 피의자 구속영장 석연찮은 반려

민씨는 유일하게 지난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만 놓고 봐도 검찰이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2011년 10월 자신의 운전기사 여권에 사진을 합성해 해외로 빠져나간 뒤 4년여 뒤인 지난해 3월6일 중국 닝보항에서 바지선을 타고 거제 고현항으로 밀항해 들어왔다.

첩보를 입수한 해경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나흘간의 추적 끝에 서울 마포구 한 고급빌라에서 민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3월12일, 해경이 신청한 민씨의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하는 바람에 그를 풀어줘야 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해경 관계자는 “밀항 당일 들어온 모든 선박을 조사해 옷가지를 찾아 디엔에이(DNA) 감식까지 한 끝에 숨어 있던 민씨를 어렵게 검거했다”면서 “그런데도 검찰에서 ‘보강수사’를 지시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해경은 민씨의 체포영장을 내줬던 부산지검이 그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것에 반발했다. 당시 민씨가 이제 막 퇴임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의심스러웠다. 해경은 검찰의 영장 반려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 결국 영장을 재신청한 끝에 민씨를 구속했다. 법조계에서는 “(밀항 등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검찰 단계에서 석방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씨를 변호했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임계를 냈다. 결국 구속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반려된 뒤 재청구까지 민씨는 수사를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탈루 혐의 방치뒤 “공소시효 지났다” 불기소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은 단순히 영장 반려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민씨는 밀입국 사건 외에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종합소득세(이자 소득) 등 24억여원을 탈루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에 입건돼 있던 상황이었다. 따지고 보면 민씨가 해외에 몰래 체류했던 것도 이 사건의 처벌을 피하려 한 의도가 커 보인다. 그런데도 검찰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민씨가 부산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니 통상적으로는 서울의 탈루 혐의 사건을 병합하거나, 추가 수사를 통해 서울에서 별도 기소라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사실상 방치했다가 7개월 뒤인 그해 11월 탈세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을 내렸다.

불기소 처분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민씨가 구속돼 있던 지난해 4월30일 탈세 혐의로 수배 중이던 민씨의 소재를 통보받은 뒤 다음 날인 5월1일 이 사건을 서울 수서경찰서로 내려보냈다. 문제는 당시 ‘기소중지자(수배자) 소재 발견 통보’ 문서에 민씨 사건의 공소시효가 그로부터 두달여 뒤인 ‘2016년 7월20일’로 명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한 부장검사는 “공소시효가 두 달쯤 남았다면 신병을 확보한 부산지검으로 사건을 보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도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면 검사가 직접 조사를 하거나 일단 기소부터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담당 검사는 공소시효가 넉 달이나 지난 지난해 11월4일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는 사이 민씨는 그보다 앞선 지난해 8월25일 부산에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재판은 그대로 끝났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탈루 혐의 수사를 맡았던 담당 부장검사는 지금도 중앙지검의 핵심 요직에 있다.

해외에 몰래 나갔는데, “범죄 인식 없었다”?

검찰이 탈세 공소시효를 판단하는 과정도 이상했다. 민씨가 해외에 체류했던 4년여 기간을 공소시효에 포함할지 말지 논란이었지만, 검찰은 이 기간도 공소시효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쉽게 말해 민씨가 해외에 체류했던 것은 다른 목적 때문이지, 조세포탈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도피한 게 아니라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이는 밀입국한 민씨를 체포했던 해경의 조사 내용과 상반된다. 지난해 3월18일 남해해경청이 작성한 수사기록은 이렇다. “2015년 7월20일이 공소시효 만료 예정임. 피의자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중한 처벌형이 예상되자 공소시효 도과 시점까지 해외 밀출국을 감행한 것으로, 밀출국 사실을 자백할 경우 공소시효가 연장될 것을 우려, 밀출국과 관련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단됨.”

당시 해경 관계자는 “민씨가 계속 한국에 있었던 것으로 꾸미려 했던 정황을 포착해 이런 사실도 조서에 남겼다”고 말했다. 이밖에 민씨가 해외에 체류하면서 조세포탈 사건 변호사를 선임(2013년 1월)하고, 부인과 이혼 소송을 진행한 사실(2016년 1월) 등도 확인됐지만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당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던 수사팀 관계자는 “해외체류 기간을 공소시효에서 빼려면 그 목적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국세청 고발이 2012년 4월이라 2011년 밀출국 때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민씨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판결문을 봐도 ‘공소시효 도과 목적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씨, 다시 검사장 출신 변호사 선임…재수사 될까?

하지만 수사팀의 이런 사건 처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출입국관리법 재판에서는 굳이 조세포탈의 공소시효 문제를 중요하게 살펴보지 않는다. 다른 사건 재판 내용을 근거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판단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탈루액이 한 해 5억원이 넘으면 조세범처벌법이 아닌 (공소시효가 더 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피의자 조사도 한 번 하지 않고 경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국세청이 검찰 고발 때 적시한 민씨의 탈루액을 보면, 2007년 6억8900만원, 2008년 1억5500만원, 2009년 7억4100만원, 2010년 8억7200만원 등이어서, 검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특가법을 적용해 공소시효를 연장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했다.

<한겨레>가 최근 민씨의 근황을 확인한 결과, 그는 검찰 수사망을 피했지만 여전히 세무당국의 추적 대상이다. 거주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시원으로 돼 있는데, 서울시는 그가 안 낸 지방세만 7억여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서울시 38징수팀은 지난달 압류 절차를 밟기 위해 민씨 누나 명의의 서울 마포구 한 고급빌라를 ‘급습’하기도 했다. 지난해 민씨와 이혼한 부인 이아무개씨는 민씨로부터 양도받은 부동산 등 수십억원대 자산가라고 세무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민씨를 재수사할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한석리)는 지난 8월 민씨에 대한 수사 재개를 요구하는 진정을 접수해 내용을 검토 중이다. 최근엔 민씨와 민씨 조력자로 의심되는 인물 등을 불러 조사를 했다고 한다. 이에 민씨는 최근 퇴직한 또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에 나섰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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