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 화성갑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면 인접 지역구에 공천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윤상현(55)·최경환(62) 자유한국당 의원과 현기환(58)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박 3인방’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항고 기각(올 5월 서울고검)한데 이어 지난달 30일 재항고도 기각(대검찰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는 지난 14일 이 사건 고발인인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에게 배달된 사건처분통지서다. 안진걸 제공
검찰이 지난해 4·13 총선 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한 윤상현(55)·최경환(62) 자유한국당 의원과 현기환(58)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 대표 친박 3인방에 대해 검찰이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74)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던 김성회(61) 전 의원에게 잇따라 전화해 출마 포기를 종용하고 협박했다는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받아 왔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피재항고인 윤상현, 최경환, 현기환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은 각 재항고 각하, 피재항고인 현기환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은 재항고 기각 처분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의 1차 무혐의 처분과 올 5월 서울고검의 2차 항고 기각 처분에 이은 검찰 최고기관인 대검찰청까지 같은 취지로 3차 처분에 내림에 따라 세 사람은 법원 문턱 한번 넘어보지 않고 면죄부를 받게 됐다.
대검 관계자는 “최초 서울중앙지검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 전 의원에 대한 협박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취지였다.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 전 의원도 검찰 조사에서 협박이라고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세 사람의 위치나 발언의 내용과 수위로 미뤄 볼 때 검찰 단계에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제대로 가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윤 의원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최 의원 역시 기획재정부장관 등을 지낸 ‘실세’였다. 현 전 수석은 당시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의 대국회 관계 등을 총괄했다.
특히 검찰이 수사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긴 했지만 고발인 조사가 생략됐고 최 의원과 현 전 수석은 한 차례 서면조사만 받은 것으로 드러나 ‘봐주기 수사’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고발인인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권이 바뀌어서 약간 기대했는데,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며 “최근 꾸려진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이번 사건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 담당 검사 등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된 지난해 7월 공개된 녹취록은 당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고발인은 이 발언이 경선 후보자 등에게 금품·향응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공직선거법(230조 7항)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이후 김 전 의원이 윤 의원 ‘약속’을 “못 믿겠다”고 하자 윤 의원은 “까불면 안 된다니까. 내가 형에 대해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며 상대의 약점을 자극하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 의원도 김 전 의원에게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서청원 의원과) 붙으려고 하고 음해하면 ○○○도 가만히 못 있지”라며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냐”고 핀잔을 줬다. 공직선거법 237조 5항은 경선후보자를 협박하면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기환 전 수석 역시 김 전 의원에게 “저하고 약속을 하면 (박근혜)대통령한테 약속한 것과 똑같은 것 아니겠냐. 가서 (서청원) 대표님한테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다’고 말하라”고 종용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화성갑 지역구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지역구는 19대 때 경선에서 이긴 고희선 전 의원에게 넘어갔다. 이후 고 전 의원이 2013년 지병으로 사망한 뒤 치러진 19대 제보궐 선거와 20대 선거에서 서청원 의원이 당선됐다. 20대 선거에서 화성갑 지역구를 포기하고 화성병으로 옮긴 김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져서 결국 총선에 나가지 못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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