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에 힘입어 대규모 아파트 터를 특혜 분양받은 뒤 수백억원대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 공고에서 조건으로 제시된 ‘보훈처장 추천서’를 받아 단독 응찰했던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LH)로부터 택지를 특혜 분양받은 의혹(▶[단독]
고엽제전우회에 ‘위례 금싸라기땅’ 특혜분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 건설사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는 지난 20일 사기와 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ㅅ건설 대표 ㅎ(59)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1일 밝혔다. ㅎ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22일 열린다.
검찰 조사 결과, ㅎ씨는 고엽제전우회 쪽과 짜고 엘에이치로부터 택지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실체도 없는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 존재하는 것처럼 꾸며 소장 행세를 했다고 한다. 주택사업은 국가보훈처가 고엽제전우회에 승인한 수익사업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보훈처는 2013년 6월 엘에이치에 이 사업을 지원해달라며 당시 박승춘(70)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를 써줬고, ㅅ건설은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아파트 터 1만2700평을 1836억원에 분양받아 218억여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검찰은 당시 ‘보훈처장 추천서’를 단서 조항으로 내건 엘에이치의 ‘이례적인’ 공고가 나오는 과정에서 엘에이치가 고엽제전우회로부터 극심한 민원에 시달린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엘에이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고엽제전우회가 ㅅ건설에 택지분양을 요구하면서 엘에이치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사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여는 등 압박을 계속해 어쩔 수 없이 특혜 분양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ㅎ씨에게는 <한겨레> 보도 뒤 부하 직원을 시켜 회계장부 등 관련 증거들을 인멸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고엽제전우회와 ㅅ건설이 오산세교 지구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아파트 터를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조사결과 ㅅ건설은 2015년 6월 엘에이치와 수의계약을 통해 경기도 오산시 오산세교지구 아파트 터 1만8405평을 866억여원에 분양받았다. ㅅ건설은 당시에도 자신들을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 ㅅ건설’이라고 소개했고, 엘에이치와 사업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고엽제전우회 간부들이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단지도 100% 분양돼 한국자산신탁 추정 자료를 보면 227억원가량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검찰은 연 매출 18억원 규모(지난해 기준)의 소규모 건설사인 ㅅ건설이 고엽제전우회와 짜고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국가보훈처가 ‘뒷배’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이 사업들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고엽제전우회로 건너가 친정부 관제데모 등 불법 정치행위에 쓰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국가보훈처가 고엽제전우회와 상이군경회 등의 불법 정치활동과 수익사업을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박승춘 전 처장을 수사의뢰한 사건을 조만간 배당할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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