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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엄마 떠넘기고 ‘나 몰라라’하는 오빠…“형제 맞나요?”

등록 2017-12-24 13:52수정 2017-12-24 13:56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 내 삶의 주인 되기
엄마와 사는 스트레스 많은데 오빠는 오불관언 무반응
그에게 경제적 요구 당당히 하길…자신의 행복 찾아 최선

Q 저는 5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구요. 제가 상의하고 싶은 부분은 오빠와 저의 관계입니다. 저는 오빠와 두살 터울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올케가 엄마를 모실 수 없다고 해 제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오랫동안 집에서 투병하셔서 지근거리에 사는 저는 지켜보는 것이 정말 힘들고 많이 지친 상태였습니다. 오빠는 엄마를 모시려고 했지만 올케가 강경하게 나와서 무산되었어요.

저희 집은 환자가 많습니다. 오빠의 아들은 틱장애가 있고 제 딸은 조현병이 있습니다. 문제는 자식 때문에 양쪽 집안 다 힘들지만, 지금 제가 엄마와 살고 있는데 오빠네가 꿈쩍도 안 한다는 것입니다. 오빠는 두어 달에 한번씩 와서 점심 먹고 두어 시간 있다가 갑니다. 우리는 식구가 적고 친척도 소원해서 엄마가 외롭습니다. 등이 굽고 외출이 거의 없고 생활의 질이 안 좋지요. 그래서 저는 오빠네 부부가 둘이 번갈아서라도 한달에 한번 토요일에 왔다 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사람을 기다리는 엄마, 사람 훈김이 안 나서 엄마가 많이 꺾여 있어요.

그런데 올케는 일년에 한번 정도, 자기 맘 내키면 올 뿐 오빠만 집에 옵니다. 무엇보다 제가 억울한 것은 엄마와 사는 스트레스를 오빠가 나 몰라라 한다는 것입니다. 엄마와 산 지 2년 반 되었을 때 오빠 집에 가서 제 얘기를 했는데,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더군요. 엄만데 뭐가 그렇게 힘들어? 어쩌라고? 니 운명이잖아…. 저는 얼마나 애쓰고 있느냐? 내가 뭘 좀 도와주면 되겠느냐? 이런 사소한 위로를 얻으려고 갔는데 그냥 쓸데없는 넋두리가 되고 말았어요. 그냥 다 포기하고, 하느님은 아시겠지 하면서도 한번씩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잠을 계속 못 자다가 저도 항우울제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아들을 얼마나 예뻐했는지 그런 것은 기억에도 없는가봅니다. 엄마의 여생이 얼마인지 모르는데 아들로서 측은지심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인지…. 이런 생각도 이제는 넌덜머리 납니다. 그냥 제가 이 분노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써보았습니다. 제 딸의 병에 대해서는 저는 원망은 안 합니다.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고…. 관리가 되도록 평생 옆에서 지켜주려 합니다. 때로는 저도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 같지만요. 그래도 너무 제 아이를 사랑합니다. 남편도 그렇구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때때로 힘들게 피로감에 절어버립니다. 노인을 모시는 집은 어느 집이나 힘듭니다. 이 힘듦을 그렇게 모른 체하는 사람도 형제가 맞나요? 보따리를 여러 개 들고 있으면 하나쯤 들어주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형제 아닐까요? 샤인

______________
오빠의 사랑과 위로 따윈 과감히 포기하세요

A 가끔은 충고가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샤인님이 그런 분 같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자식들 중에 샤인님이 유일하게 부모님을 보살펴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같이 살고요. 요즘 같은 세상에, 무력하고 늙은 부모 곁을 지키는 자식이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맙고 다행한 일입니다. 당신이 그 일을 하고 있군요. 당신의 수고를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자식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모님을 보살피는 일은 참 무겁고 재미없는 일입니다. 부모를 재미로 모시느냐고 누군가는 타박하겠지만, 사실 현대인은 제 한 몸 버티기도 힘든 삶을 겨우 살아갑니다. 턱까지 차오른 고통스러운 숨을 무표정으로 숨긴 채 말이지요. 그러니 그가 부모일지라도 누군가의 인생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일은 참으로 두렵고도 고단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딸의 문제가 당신에게는 가장 짙은 마음의 그늘일 것입니다. 자식이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부모에게 있을까요? 그래도 기꺼이 딸의 버팀목이 되시고자 하니 그 또한 장하다고 박수 쳐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사는 당신의 삶이 옳은 거라고,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토로하신 대로 피로감에 절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니까요. 추측건대 당신은 가족관계를 중요시해서 가족애만 있다면 웬만한 어려움도 기꺼이 감당했던 분일 겁니다. 그런데 가족애는커녕 오빠의 냉대와 올케의 이기심만 경험하신 거지요. 당신이 걱정하는 노모의 외로움, 사람의 훈김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쩌면 당신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샤인님, 분노에서 벗어나고 싶어 글을 쓴다고 하셨는데, 저는 당신이 더 분노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컷 분노하세요. 무책임한 오빠와 올케에 대해서, 당신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에 대해서, 그리고 당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에 대해서 말입니다. 50대 중반이면 이제 가족의 의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가꾸어도 좋을 때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초연해지려고 애쓰지 말고, 실컷 분노하고 한탄하세요.

그런 뒤 샤인님, 오빠를 포기하세요. 그에게 오빠로서의 사랑이나 위로를 기대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사랑과 위로는 애초에 그에게 없는 것들이니까요. 이제는 그가 줄 수 없는 심리적 지지를 포기하시고 차라리 경제적인 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오빠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희망고문에서 자신을 벗어나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제 당신 자신을 챙기세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당신의 분노를 이해하고, 지친 당신을 위로할 지지그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당신을 지지하고 위로해줄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보세요. 친구들을 만나거나 심리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시라고 권합니다. 당신에게는 또 활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분을 바꿔줄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찾아보세요. 주제넘은 말씀일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하느님도 아마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라실 겁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길 원하실 겁니다.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 ·<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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