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 철거 공사장에서 작업중인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도로에 운행중인 버스를 덮쳐 1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8일 공사현장 크레인이 넘어지며 도로 위 버스를 덮쳐 승객 한명을 숨지게 한 사고의 원인으로 건축 폐기물이 쌓인 연약한 지반 위에서 크레인 작업을 한 것이 꼽히고 있다. 경찰은 사고 직전 크레인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경보음이 울렸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크레인 기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9일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공사 관계자들이 크레인이 도로쪽으로 쓰러지기 전 크레인 경보음이 울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보음은 크레인이 균형을 잡지 못할 경우 나는 소리다. 경찰은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운전자가) 관련 조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수사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8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5층짜리 화장품 회사 건물을 철거하던 크레인이 도로로 넘어져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정차해 있던 650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서아무개(53)씨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철거한 콘크리트 쓰레기들을 쌓아놓은 부실한 지반 위에 70t짜리 크레인을 올려두고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철거를 위해 5t짜리 굴삭기를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려다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도로쪽으로 쓰러졌다는 얘기다. 경찰은 “국과수를 비롯한 합동 감식에서도 연약한 지반에 크레인을 설치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크레인 기사와 공사 현장을 총괄하던 현장 소장 등을 입건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관리감독 부실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이다. 경찰은 “시공사와 시행사 관계자도 순차적으로 소환해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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