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 종가 쪽이 국보 76호로 지정된 <난중일기>(사진)를 현충사에서 전시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난중일기>의 소유주이자 이순신 가문의 15대 맏며느리인 최순선씨는 “<난중일기>를 포함한 충무공 유물들의 현충사 전시를 내년 1월1일부터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전시불허서류를 지난 28일 문화재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기간 중인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작성한 일기로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다.
최씨는 현충사에 걸려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철거해 달라는 요청에 문화재청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난중일기>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최씨는 지난 9월 문화재청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충사 현판을 내리고 숙종의 사액 현판으로 걸어야 한다”며 올해 말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충사에 덧씌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이라는 정치적인 색깔을 빼고 싶었다”며 “문화재청에서 오늘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전시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1706년(숙종 32년) 충청도 유생들이 세운 ‘현충사’는 1년 뒤 숙종의 사액(임금이 사당·서원 등에 이름을 지어서 문 위에 거는 액자인 ‘편액’을 내리는 일)을 받았다. 1966년 정부가 ‘현충사 성역화 작업’의 일환으로 본전을 콘크리트로 새로 지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현판이 내걸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 현판과 관련해서 이순신 장군의 덕수 이씨 문중종회는 그대로 두자는 쪽이다. 문화재청도 종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숙종 현판은 건물(옛 현충사)에 두고 박 전 대통령 현판은 신축 건물(현 본관)에 두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건물도 다르고 현판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숙종 현판은 현재 옛 현충사 건물에 걸려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현판 교체에 대해 지난 11월 한 차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년 2월 다시 관계자문회의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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