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새해 첫 재판도 ‘빈 자리’로 시작
재판부 “접견 못하는 상황이라 그렇게라도…” 수용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 왼쪽부터 조현권, 강철구, 남현우, 김혜영, 박승길 변호사. 연합뉴스
“조현권 변호사께서 서울구치소 의료과에 병상조회를 신청했는데, 특별히 들을 얘기가 있으신 건가요?”(김세윤 부장판사)
“피고인이 몸이 안 좋다고 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조현권 변호사)
2일 열린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새해 첫 재판은 변호인의 이례적인 요청으로 시작됐다. 피고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재판부가 구치소 쪽에 대신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다. 변호인이 피고인을 접견하며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보통의 재판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박 전 대통령이 석 달째 법정 출정은 물론, 국선변호인의 접견요청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 탓이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피고인 접견을 못 하는 상황이라 사실조회로라도 건강상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조 변호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 전 대통령 재판의 피고인석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지난해 말 ‘최다공범’ 최순실(62)씨의 심리가 끝난 터라 법정은 더욱 황량했다. 방청객도 열댓 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날 재판에선 공판을 녹음하던 남성 방청객 한 명이 퇴정당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석엔 김재호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이 나와 “박 전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을 다그치는 취지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굉장히 질책했다고 전경련 관계자에게 들었다. 청와대 요청이라 어쩔 수 없이 출연했다”고 진술했다. 대한항공은 2015년 11월 미르재단에 10억원을 출연했다. 이듬해 케이스포츠재단 출연 요청도 받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당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수백억원을 유치한 점 등을 고려해 응하지 않았다고 김 본부장은 증언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