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해외 부동산 불법 구입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공판에 출석하려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조현준(50) 효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직원도 없는 ‘깡통 회사’를 만들어 효성그룹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조 회장 측근’ 홍아무개(49)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지난달 22일 효성그룹 건설 부문 박아무개(51) 상무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등 위반 혐의로 구속할 때 홍씨의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했으나,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 혐의를 포착하고 특경가법(횡령) 위반과 입찰방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홍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홍씨의 구속 여부는 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통해 결정된다.
검찰 조사 결과, 효성그룹 내에서 조 회장의 ‘측근’ 또는 ‘자금 관리인’으로 불리는 홍씨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6년 동안 효성과 납품업체 ㅎ사가 홈네트워크 설비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만든 건축자재 판매·유통 업체인 ㅋ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120억여원에 달하는 이른바 ‘통행세’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ㅋ사가 직원 한 명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거래 과정에서 실제로 한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ㅋ사에 대한 효성그룹의 전폭적인 특혜 지원 배경에 조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현재 ㅋ사 법인계좌에 고스란히 쌓여있는 120억여원의 뭉칫돈이 조 회장의 개인 비자금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홍씨가 효성과의 거래 과정에서 효성 쪽과 사전 공모해 허위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따내 추가로 1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100억원에 대해선 추징보전 조치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홍씨가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가격 후려치기 등의 방식으로 10억원 가까운 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홍씨에게 수십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홍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 쪽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 등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해 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효성 비자금 의혹 수사는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2014년 친형인 조 회장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계열사들이 조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들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고가로 주식을 사들였으며, 조 회장이 이런 방식 등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회사에 입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3년이 훌쩍 지난 지난해 11월17일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와 관계회사 4곳, 관련자의 주거지 4곳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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