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몽정기2’
바바리우먼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회사원 김아무개(40)씨. 직업은 의류회사 관리과장. 아내와 아홉살짜리 딸이 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다니고, 큼직한 승합차로 출퇴근한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인 그의 인생이 지난 22일 최악으로 추락했다. 김씨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딱 한가지. 그 한가지 차이점은 실로 치명적인 충동이었다. 여학생들 앞에서 아랫도리를 벗고자 하는 충동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 충동이 그를 ‘바바리맨’으로 만들었다.
‘바바리맨’ 김씨가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 부근에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께부터. 김씨는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묻는 척하면서 여학생에게 접근했다. 여학생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길을 가르쳐주려고 차 가까이 다가섰다. 차로 다가서는 여학생들은 곧 질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차창 안에서는 김씨가 성기를 꺼내 자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이 두 번 세 번으로 자꾸 늘었다. 김씨는 자위하는 모습을 여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스릴’에 점점 빠져들었다. 여학생들이 놀라는 모습을 더욱 즐기게 됐고, 때로는 놀라 달아다는 학생을 차를 타고 뒤쫓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한 여학생이 김씨 차량번호를 기억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차량번호를 조회했고, 김씨는 결국 2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죄목은 ‘공연음란죄’. 김씨는 경찰에서 성인잡지에서 바바리맨 이야기를 읽은 뒤 자신도 한번 따라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무차별적으로 성기를 노출하는 노출광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도 그런 식으로 쾌감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같은 ‘바바리맨’들을 신고하는 건수가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 한 해 평균 10건 이상이다. 여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성기를 꺼내는 고전적인 변태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바바리맨들이 등장하고 있다. 고속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성기를 꺼내놓고 자위를 하는 ‘고속버스족’, 등산로를 지키고 있다가 여성들이 내려오면 성기를 꺼내는 ‘등산로족’, 버스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때를 기다렸다 아랫도리를 벗는 ‘정거장족’ 등 변태짓을 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전봇대나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랫도리를 벗는 ‘고공족’까지 있다. 최악의 바바리맨은 초등학교 근처에 출몰하는 이들이다. 22일 붙잡힌 김씨처럼, 승용차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바바리맨을 두고 “정신병자는 아니되 정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이상심리’를 지닌 사람들이란 것이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우리가 보통 미쳤다고 말하는 정신병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신과 질환 분류 가운데 성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백선희 내일여성센터 상담부장은 “바바리맨은 여성들이 놀라는 모습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다”며, “일반적인 남성이 은밀한 곳에서 자위를 하는 것에서 성적인 만족을 얻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바바리맨은 이런 이상 심리 때문에 같은 행동을 자꾸 되풀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바리맨은 이 노출증 하나만 빼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오히려 평범한 남자들보다 옷차림이 더 깔끔한 편이다. 입성이 깔끔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명인사 가운데에서도 이런 증상을 보인 사람도 있다. 일간 신문 등에 한때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던 한 유명인사는 10여년 전 지하철에서 양복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내밀고 다니다가, 지하철수사대에 끌려 가기도 했다. 이 사람을 연행했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그가 누군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꽤 유명한 사람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바바리맨을 만나게 되면 여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혹시 주위에서 바바리맨을 보면 무시 하거나, 빨리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백 상담부장은 “바바리맨이 쾌감을 느끼는 것은 여성이 당황하는 태도 그 자체”라며 “소리 지르거나 도망가는 것을 바바리맨들은 즐기니까 아예 무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경찰은 빠른 신고를 부탁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계속 기분 나빠하다가 나중에야 신고를 하곤 한다”며 “그러면 이미 늦는다. 보는 즉시 신고해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바리맨들이 최근 이동 수단으로 대포차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붙잡기 쉽지는 않다.
바바리맨들이 여성에게 주는 충격과 불쾌감은 실로 대단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그만큼 중한 편은 아니다. 공연음란죄는 형법 245조로 처벌되는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고, 벌금도 상황따라 제각각이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김씨처럼 상습적으로 범행을 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입건하지도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가지. 바바리맨은 있어도 바바리우먼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마초의식이나 남성 우월주의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상담부장은 “남성의 성기는 자랑스럽고 우월한 것이라는 잠재의식이 바바리맨들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 사회부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한 여학생이 김씨 차량번호를 기억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차량번호를 조회했고, 김씨는 결국 2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죄목은 ‘공연음란죄’. 김씨는 경찰에서 성인잡지에서 바바리맨 이야기를 읽은 뒤 자신도 한번 따라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무차별적으로 성기를 노출하는 노출광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도 그런 식으로 쾌감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같은 ‘바바리맨’들을 신고하는 건수가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 한 해 평균 10건 이상이다. 여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성기를 꺼내는 고전적인 변태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바바리맨들이 등장하고 있다. 고속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성기를 꺼내놓고 자위를 하는 ‘고속버스족’, 등산로를 지키고 있다가 여성들이 내려오면 성기를 꺼내는 ‘등산로족’, 버스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때를 기다렸다 아랫도리를 벗는 ‘정거장족’ 등 변태짓을 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전봇대나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랫도리를 벗는 ‘고공족’까지 있다. 최악의 바바리맨은 초등학교 근처에 출몰하는 이들이다. 22일 붙잡힌 김씨처럼, 승용차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바바리맨을 두고 “정신병자는 아니되 정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이상심리’를 지닌 사람들이란 것이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우리가 보통 미쳤다고 말하는 정신병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신과 질환 분류 가운데 성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50대 ‘바바리맨’ 스쿨폴리스에 덜미 지난 6월 한 여중생이 스쿨폴리스(학교경찰)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 메시지를 보고 출동한 스쿨폴리스는 여학교에서 바지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하던 50대의 `바바리맨‘을 격투 끝에 검거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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