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구치감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지난해 탄핵 직후 현금과 수표 40억원을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맡긴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사용되지 않은 수표 30억원을 유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이라고 판단하고, 서울 내곡동 자택·예금 등과 함께 법원에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8일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라 (뇌물로 받은) 36억5000만원을 추징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개인재산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추징보전이란 형이 확정되기 전에 범죄로 얻은 이익이 빼돌려질 것을 대비해 재산 처분을 못 하게 막는 조처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20일 기존 삼성동 자택을 67억여원에 팔고 내곡동 자택을 28억여원에 사들였고, 그 차액 가운데 1억원짜리 수표 30장과 현금 10억여원을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유 변호사에게 건넸다. 이 수표는 현재까지 지급제시되지 않고 유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표 일련번호를 특정해 추징보전 대상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 유 변호사는 검찰과의 통화에서 ‘수표를 자신이 받아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있을 변호 등을 대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 소유 재산을 유 변호사가 맡아주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지난 4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했으며, 이날도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법조계에선 ‘국정농단’ 사건 관련 모든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재산 추징 가능성이 있는 이번 사건에는 직접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3월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뇌물 77억9735만원과 관련해 법원에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이 이를 수용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돈을 직접 받지 않아 추징보전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직접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현금 뭉치 가운데 아직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20억원가량의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계속 추적 중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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