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서울 서초동 내곡동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걸어 들어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이 이명박 정부 때도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를 잡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자택 등을 12일 압수수색했다.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67) 전 원장과 이 전 대통령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수사가 이 전 대통령까지 직접 겨누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가 압수수색을 한 곳은 김 전 기획관을 포함해 김희중(50)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52)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3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이다. 검찰은 수사 범위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수사가 ‘국정원의 불법자금’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이 국정원 돈을 사적으로 쓴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이 불법적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모두 대표적인 ‘엠비(MB)맨’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엠비의 집사’로 통했던 김백준 전 기획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2011년 말까지 청와대 안살림을 책임졌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1년 선배이고, 이 전 대통령과 가족들의 재산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다스 투자금 회수 관련 공권력 남용’ 사건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희중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을 1997년 신한국당(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시절부터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시절까지 바로 옆에서 보좌한 ‘엠비 비서관’이다. 김진모 전 지검장은 2009년 9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7월 사법연수원 동기 중 가장 빨리 검사장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의 구조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국정원 뒷돈 수수 사건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을 때 ‘문고리 권력’인 정호성, 이재만 전 비서관이 관여했듯이, 이명박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이었던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실장이 모종의 구실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 때처럼 국정원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받은 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당시 국정원이 건넨 돈이 어떤 성격이고 대가성이 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 전 대통령의 묵인 내지 지시가 있었는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에 세금 65억원을 불법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산을 동결했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재산 추징 보전을 신청했고, 이날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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