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13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 건물에서 ‘서울학생·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 사장님은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갖가지 부당한 요구를 했어요.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옷을 두껍게 입으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가디건만 한 장만 입으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보컬레슨비를 벌기 위해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ㄱ양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노동현장에서 갖가지 인권침해를 겪어야 했다. ㄱ양은 전단지, 호프집, 편의점 등에서 일하면서 최저시급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적게는 시급 4830원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일을 못한다고 트집 잡으며 시급을 깎았는데 ‘약속과 다르다’고 따지면 ‘시급 다주면 성인 알바를 뽑지 너같이 어린 애를 왜 뽑냐. 하나하나 다 따질 거면 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촛불청소년연대)는 1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시민단체 흥사단 사무실에서 ‘서울 학생·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12명의 청소년이 무대에 올라 학교, 가정, 일터, 공공장소 등에서 청소년으로서 인권침해와 차별을 겪었던 경험들을 나열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청소년의 발언권을 통제하고 정치적 활동을 가로막는 현실에 분노했다. 탈학교청소년 피아(활동명)는 “지난해 촛불시위에 ‘박근혜 퇴진’을 외친 날, 학원 교사는 저를 불러내 ‘성적 관리 못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권리가 없다. 숙제같은 의무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권리를 가질 수 있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당당히 청소년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현실에 고개들고 저항하기 위해 과감히 학교와 학원을 나왔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 피해 증언도 잇따랐다. 한 청소년 성소수자(17)는 “게이XX인 게 자랑이냐, 정신병이니 병원에 입원시키겟다, 저XX를 그냥 지워버렸어야 했는데” 등 부모님의 폭언과 폭행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미루(활동명)은 “학교 기술 선생님이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군대는 어떻게 될 것 같냐’며 ‘동성애는 에이즈의 근원’이라고 교육했다. 저를 비롯한 성소수자 친구들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촛불청소년연대가 실시한 ‘2017전국청소년인권실태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2420명)의 35.7%가 ‘최근 1년 동안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체벌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의 폭언에 노출됐다는 응답자는 40.6%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현장실습 등 노동현장에서 폭행 및 폭언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24.8%로 나타났다. 반면, ‘교사를 비롯한 어른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된다’는 응답은 61.2%에 달했다.
촛불청소년연대 관계자는 “청소년 참정권과 인권 문제는 표계산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를 살아가며 고통 받는 존재들을 외면하지 않아야할 문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증언대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 30여명은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해라”, “청소년도 시민이다”,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청소년 인권침해’를 상징하는 쇠사슬을 '학생인권법', '청소년 참정권' 문구가 적힌 가위로 자르는 내용의 퍼포먼스도 벌였다.
촛불청소년연대는 지난해 9월 전국 370여개의 청소년·교육·인권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연대체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거·정당관련법 개정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 △학생인권법 제정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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