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 법인인 서울히어로즈가 지분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또 패소했다.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에게 투자금에 상응한 지분 40%를 넘기라는 판결이 이미 확정된 데 이어, 손해배상액 지급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까지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지분 다툼에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 터에, 설상가상으로 이장석(52) 서울히어로즈 대표는 사기·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 선고까지 앞두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1일 서울히어로즈가 홍 회장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청구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원고패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법에 정해진 상고 사유가 없어 상고 대상이 아닌 사건을 더이상 심리하지 않고 바로 상고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분쟁의 씨앗은 2008년 자금난을 겪던 서울히어로즈(당시 센테니얼인베스트)가 홍 회장과 투자계약을 맺어 두 차례에 걸쳐 10억원씩 모두 2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뿌려졌다.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양쪽의 주장이 엇갈렸다. 서울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주식양도 계약이 없는 단순 대여금이니 돌려주겠다고 주장했고, 홍 회장 쪽은 지분 40%를 받기로 한 투자금이었다고 맞섰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012년 12월 서울히어로즈가 낸 홍 회장의 주주지위 부인 중재신청을 각하하면서, ‘홍 회장에게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6만4000주를 양도하라’고 판정했다. 판정 뒤에도 주식이 넘겨지지 않자 홍 회장은 주식양도를 집행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서울히어로즈 쪽은 중재원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나로 병합된 소송에서 법원은 2014년 1월 중재원 판정대로 홍 회장에게 주식을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히어로즈 쪽은 항소했지만, 항소심 선고를 1주일여 남겨둔 2014년 8월 말 항소를 취하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히어로즈 쪽은 곧바로 채무부존재 확인청구 소송을 냈다. 애초 서울히어로즈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주식을 넘기려고 해도 넘겨줄 주식이 없기 때문에 주식 40%의 가치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분 다툼을 정리하겠다는 계산과 논리에서 낸 소송이었다.
1·2심 재판부는 서울히어로즈 쪽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서울히어로즈가 홍 회장에게 구단 주식 16만4000주를 양도해야 한다며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상고 대상도 안 된다며 서울히어로즈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법적 판정은 이장석 대표에게 불리한 쪽으로 굳어졌지만,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히어로즈 쪽은 2012년 상사중재원 판정 때의 상황 그대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양도 의무를 진 서울히어로즈에는 보유 주식이 없어 지분을 양도하려야 할 수 없는 처지이며, 이 대표가 개인 보유 주식을 넘겨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거나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서 넘겨주는 방안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사정이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 대표는 지분의 67.56%를 보유한 1대 주주이다.
한편, 이 대표는 지분 양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홍 회장의 고소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등은 회삿돈 20억여원을 개인 비자금으로 사용하고, 장부 조작과 상품권 환전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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