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 박미라 대표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에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함부로 비난하고 미워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요소입니다.”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 박미라 대표가 신간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에서 밝힌 행복의 비결이다. 그는 책에서 현재를 ‘자기 비하가 만연한 시대’라고 규정하고 ‘비록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자신에게 따뜻한 애정을 갖는 것’이 이 시대를 행복하게 사는 열쇠라고 했다.
책은 2016년 3월부터 박 대표가 <한겨레> 서울판 섹션 ‘서울&’의 심리상담코너 ‘내 삶의 주인되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연재물을 △나를 이해하기 △비난 금지 △한계 알기 △선택하고 감당하기 △틀에서 벗어나기 등 다섯 개 장으로 다시 묶고, 각 장의 서두에 새롭게 길라잡이 형태의 글을 보탰다. 가령 ‘제3장 한계 알기’에서는 ‘가난한 환경 탓에, 획일적인 교육제도와 기회의 불균형 탓에, 왜곡된 문화 때문에,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만든 노동정책 때문에 겪게 되는 일들을 자신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을 원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런 통찰은 어쩌면 그의 삶 속에서 체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영화 <1987>의 시대인 1980년대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1997년에는 우리 사회 최초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장을 맡았다. 사회의 변화와 부름에 늘 앞자리에 섰던 시기였다.
심신통합치유학으로 박사학위
국내 첫 페미니즘 저널 편집장도
10년 이상 심리상담·글쓰기치유
신문 상담 연재글 모아 책으로 “젊은층 자기비난과 비하 심각
자기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를” 그 뒤 대학원에서 몸과 마음의 통합적 치료를 지향하는 ‘심신통합치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소설가 김형경과 함께 2006년 <한겨레>에서 상담코너 ‘형경과 미라에게’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 이상 심리상담과 글쓰기를 통한 치유문제에 천착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여성’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문제로 관심 영역을 넓혀갔다. “심리학은 남녀를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면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여성들이 병들어 있으면 남성들도 아프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인간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우게 된 것 같아요.” 더욱이 2011년에는 갑상선암과 싸우며 인간의 삶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이 과정이 심리치유에서 ‘자기 용서와 성찰’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암 발병 소식에 처음에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찾아온 걸까’ 하는 마음에서 삶에게 배신당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박 대표는 그 병을 겪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한층 깊어졌다. 박 대표는 “일상을 충실하게 재미있게 살고, 무서울 때 그 감정을 인정하고,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는 또 “매 순간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보험을 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런 자기 사랑이 아니라 자기 비하가 만연해 있다”면서 그 이유로 지나친 경쟁의식을 꼽았다. 사회 전체가 “자기 비난과 비하가 없으면 마치 자기가 도태될 것 같다는 ‘주문’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 가운데에서도 젊은층의 자기 비난과 비하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그 한 사례로 ‘자신이 잘못할 때마다, 자기를 토막내서 냄비에 넣어 끓이는 상상을 한다’고 고백했던 한 20대의 예를 들었다. 이는 부모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넌 실패할 거야’라는 등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한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사회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은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성숙”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자기 성숙은 “자신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삶의 과정에서 방황하거나 나빠질지라도, 심지어 회피하고 도망칠지라도 자신을 연민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마음을 가다듬고 도약대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이런 현실적인 마음 치유와 함께 ‘역사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 치유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영화 <1987>의 배경이 된 1980년대를 떠올리면서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아왔던 세대의 상당수가 그 시대로부터 얻은 상처와 남모를 고민으로 얼룩진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할 집중적인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한다. 지금도 한 주일에 4~5팀씩 집단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박 대표의 마음치유 연구가 현재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연희’와 같은 ‘역사 속 젊은이’들의 마음도 함께 치료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박미라 대표 제공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 대표는 “사회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은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성숙”이라며 “설사 방황할지라도 자기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국내 첫 페미니즘 저널 편집장도
10년 이상 심리상담·글쓰기치유
신문 상담 연재글 모아 책으로 “젊은층 자기비난과 비하 심각
자기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를” 그 뒤 대학원에서 몸과 마음의 통합적 치료를 지향하는 ‘심신통합치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소설가 김형경과 함께 2006년 <한겨레>에서 상담코너 ‘형경과 미라에게’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 이상 심리상담과 글쓰기를 통한 치유문제에 천착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여성’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문제로 관심 영역을 넓혀갔다. “심리학은 남녀를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면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여성들이 병들어 있으면 남성들도 아프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인간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우게 된 것 같아요.” 더욱이 2011년에는 갑상선암과 싸우며 인간의 삶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이 과정이 심리치유에서 ‘자기 용서와 성찰’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암 발병 소식에 처음에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찾아온 걸까’ 하는 마음에서 삶에게 배신당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박 대표는 그 병을 겪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한층 깊어졌다. 박 대표는 “일상을 충실하게 재미있게 살고, 무서울 때 그 감정을 인정하고,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는 또 “매 순간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보험을 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런 자기 사랑이 아니라 자기 비하가 만연해 있다”면서 그 이유로 지나친 경쟁의식을 꼽았다. 사회 전체가 “자기 비난과 비하가 없으면 마치 자기가 도태될 것 같다는 ‘주문’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 가운데에서도 젊은층의 자기 비난과 비하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그 한 사례로 ‘자신이 잘못할 때마다, 자기를 토막내서 냄비에 넣어 끓이는 상상을 한다’고 고백했던 한 20대의 예를 들었다. 이는 부모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넌 실패할 거야’라는 등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한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사회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은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성숙”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자기 성숙은 “자신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삶의 과정에서 방황하거나 나빠질지라도, 심지어 회피하고 도망칠지라도 자신을 연민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마음을 가다듬고 도약대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이런 현실적인 마음 치유와 함께 ‘역사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 치유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영화 <1987>의 배경이 된 1980년대를 떠올리면서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아왔던 세대의 상당수가 그 시대로부터 얻은 상처와 남모를 고민으로 얼룩진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할 집중적인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한다. 지금도 한 주일에 4~5팀씩 집단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박 대표의 마음치유 연구가 현재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연희’와 같은 ‘역사 속 젊은이’들의 마음도 함께 치료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박미라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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