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25일 법조·건설 브로커 윤아무개(53·구속)씨로부터 검찰·법원 등 법조계와 정·관계, 군·경찰의 전·현직 간부 등 수백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입수하고, 윤씨의 최근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아채고 있던 윤씨가 최근 몇 달 동안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조회하며 윤씨의 수첩에 있는 전화번호와 대조하고 있다”며 “형사사건 해결 등을 위해 로비를 한 의혹도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윤씨가 함께 구속된 이아무개(48)씨에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려주며 입을 맞췄고, 수첩에서 자신의 비리와 관련된 부분을 뜯어내 버리는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20일 윤씨를 체포하면서 각계의 유력 인사들을 경찰, 검찰, 군, 법원, 정계 등으로 분류해 작성한 전화번호 수첩을 입수했다. 윤씨의 수첩에는 전·현 경찰 간부들의 이름이 가장 많고, 언론계 인사들의 전화번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의 수첩에 나오는 명단을 로비 대상자 명단으로 볼 근거는 없다”며 “윤씨와 수첩에 나오는 이들 사이의 친분관계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를 상대로 유력 인사들의 전화번호를 기록한 경위 등을 캐묻고 있으나, 윤씨는 답변하지 않고 ㅎ건설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윤씨가 2003~2005년 강원랜드에서 환전한 수백억원 가운데 그가 배서한 1천만원권 이상의 자기앞수표 800여장의 출처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한 달께 전부터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표가 어느 계좌에서 나왔고, 예금주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윤씨가 이들로부터 어떤 이유로 돈을 받았는지를 밝힌 뒤 이 돈을 어느 곳에 썼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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