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18개 단체 “철회 운동”…법무부 “필수정보 기재 불가피”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된 뒤 시행할 새 신분등록제도로 법무부가 제시한 안이 개인정보 노출 정도와 국가의 개인정보 통제 권한을 이전보다 더 강화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여성민우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18개 여성단체와 종교·인권단체의 협의체인 ‘목적별 신분등록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5일 서울 안국동 철학까페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지난 4일 호적제 대체입법안으로 입법예고한 ‘국적 및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무부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법무부안은 새 신분등록제도가 가져야 할 인권 보호의 원칙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호주제 폐지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비슷한 내용으로 24일 법무부안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서를 법무부에 냈다.
시민단체들은 법무부안이 신분 등록·증명 업무의 주무부처를 현행 대법원에서 검찰 지휘기관인 법무부로 이관함으로써 수사 기관의 개인 정보 유용 등 국가의 개인 정보 장악과 통제를 더 쉽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 호적제 아래에서도 기재하지 않던 장인·장모까지 가족 상황을 상세히 담은 상세증명서를 발급하게 해, 개인정보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법무부안이 △개인편제 방식이 아니라 현행 호적제와 같이 사실상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구별 편제방식을 고수하고 △자식이 어머니의 성을 따를 경우 취지와 사유를 담은 신고서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양성평등과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하자는 호주제 폐지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강지식 검사는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등록된 정보가 공시와 공증 서류로 쓰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정보 기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여성·시민단체들은 앞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법무부안 철회 운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9월말 공동행동 쪽과 함께 논의해 국회에 제출한 호적제 대체입법안인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성 의원들에게 대체입법안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제안하기로 했다. 이유진 김태규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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