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본관에 걸린 임옥상 작가의 작품 ‘광장에, 서’.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허용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청와대 100m 이내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률(집시법)’ 11조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15일 헌법소원을 냈다. 국회의사당, 외교기관 앞 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청와대 인근 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연대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현행 집시법은 청와대 100m 이내 지역에 대해 어떤 예외도 규정하지 않은 채 소규모 비폭력 집회까지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이는 기본권 침해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순히 공동의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모였다는 이유로 청와대 주변에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폭력 집회는 그 자체로 공공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는 이념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집시법 제11조는 국회, 청와대, 법원, 외교기관 등 주요 국가기관 100m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정권 당시 청년 참여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 △대학 입학금 등을 주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문 백일장 대회’를 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개최하겠다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냈다. 참석자 30여명이 확성기나 현수막 없이 1시간 가량 상소문을 작성하고 낭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종로경찰서장은 ‘집시법이 정한 집회 금지 구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했고 이에 청년 참여연대는 ‘집회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항소심을 진행하던 지난해 10월 집회 금지 통고의 근거가 된 집시법(제11조2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14일 기각되면서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회의사당과 외교기관 등 주요 국가기관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 11조가 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13년 참여연대는 국회 앞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고, 2016년 6월 법원 앞 집회 금지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에도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집회 금지 장소 중 국회, 국무총리 공관, 외교기관 인근 등을 삭제하고 청와대, 법원 앞 집회금지 구역을 100m에서 30m로 축소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는 청와대나 법원 앞이라도 해당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해당기관의 기능 등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험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집회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김선휴 변호사는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독재정권의 산물이다. 지난 촛불집회가 특별했던 점 중 하나는 1960년대 이후 단 한번도 광화문 광장을 벗어날 수 없었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 의사 표시를 가장 무겁게 들어야 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해 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촛불행진은 집시법 제11조2호에 가로막혀 청와대 100m 앞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헌법소원을 통해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에 드리워져있는 권위주의의 마지막 장막을 걷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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