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인의 수술·입원을 거부하는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의료차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장관 등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17일 “HIV는 일상적 접촉이 아닌 혈액·성 매개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주사바늘에 의한 감염률은 0.3%에 불과하다”면서 “의료기관에서 HIV·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치료·시술·입원 기피 등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의료인들의 편견과 몰이해, 진료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국내 내국인 HIV·에이즈 감염인은 1만1439명이고 2016년 신규 감염인은 1199명(내국인 1062명, 외국인 137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권위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의료기관에서 차별을 당했다며 HIV·에이즈 감염인들이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은 31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2016년 HIV·에이즈 감염인 208명을 대상으로 ‘HIV·에이즈 감염인 의료차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감염인들은 ‘치료·시술·입원 시 감염예방을 이유로 별도의 기구나 공간 사용’(40.5%)하는 등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밖에 감염사실 확인 후 약속된 수술 기피·거부(26.4%) 당하거나, 동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차별적 태도(21.6%)를 겪고, 공식적인 협진 경로 이외의 의료인에게 감염사실 누설(21.5%) 당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의료인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질병관리본부장에게 △‘HIV·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 예방가이드’ 개발 △의료인 대상의 인권침해 및 차별 예방 교육·캠페인 활성화를 권고 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의사국가시험에서 감염관리 지침과 HIV/AIDS 감염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 치료과정에서의 문제해결능력 검증을 강화할 것 △시·도립병원의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 예방 교육 강화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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