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곡초등학교는 재건축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재건축 철거 과정에서 석면 오염을 염려한 학부모들은 지난달 철거 현장의 보양작업(오염방지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자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 결과 아파트단지 정자 3곳에서 무단 철거된 뒤 방치돼 있는 고농도 석면을 발견했다. 상곡초에 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노성재(44)씨는 “석면을 아이들이 마셨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석면 노출은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겨울 방학 기간 동안 교내 석면을 철거하고 있는 전국 1290개 학교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교육부가 김삼화 의원(국민의당)에게 제출한 자료다. 이를 보면, 지난해 12월~올해 3월의 겨울방학 기간 석면을 철거하고 있는 학교는 경기도 357개교, 전북 157개교, 경북 135개교 순서였다. 초등학교가 614개교(47%)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가 356개교(28%), 중학교가 282개교(22%)였다.
석면은 철거 과정 중에 주의하지 않으면 먼지로 날려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 수 있다. 특히 석면 철거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장기간 공기·토양 등에 잔존할 수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석면을 철거한 1226개교를 상대로 석면 잔류 실태를 조사한 결과 410개교(33.4%)에서 석면이 다시 검출된 바 있다. 석면은 후두암, 난소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난 2007년 석면시멘트 사용이 전면 금지된 바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학교에서 ‘석면 철거 예정’이라는 기본적인 안내도 받지 못한 학부모·학생들이 대다수”라며 “석면 철거 과정에서 운동장 토양, 학교 건물 등이 오염되는 일이 잦은 만큼 학부모들이 직접 석면 철거 공사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철거 학교 명단은 환경보건시민센터 누리집(
www.eco-health.org ▶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한솔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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