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최저임금위반 신고센터 상담 내용·피해사례 발표 및 대응 방안’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15개 상담소로 접수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장 내 구조조정, 해고, 편법 노동시간 단축, 상여금 쪼개기 등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최저임금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재 강화 등을 촉구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달 29일에 소장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사무실로 갔더니 ‘안타깝다’고만 하더라고요. 10년이나 일했는데 어떻게 말 한마디 없이 그만두라고 합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일만 했는데….”
홍익대학교에서 10여년간 청소노동자로 근무한 윤아무개(64)씨가 말을 맺지 못한 채 울먹였다. 윤씨는 연신 안경 밑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쳤다. 윤씨 등 홍익대 청소노동자 4명은 학교와 새로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로부터 고용승계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인상된 뒤 윤씨처럼 일자리를 잃은 서경지부 소속 노동자는 모두 59명에 달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뒤 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각종 꼼수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23일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모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최저임금위반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내용과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민주노총 상담기관 전국 15곳에 접수된 상담(2163)의 약 15%가 최저임금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설명에 따르면 △상여금이나 식대 등을 기본급화하거나 없애는 경우 △근로시간은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경우 △해고·외주화하는 경우 등이 많았다. 특히 ‘상여급의 기본급화’ 관련 상담은 150건 넘게 접수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노동자의 동의 없이 근로계약서의 임금 항목을 임의로 폐지하거나 기본급으로 변경하는 것은 위법이다.
잇따르는 ‘꼼수’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최저임금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해 “상여금, 식대 등을 기본급화해 임금 구성 항목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도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산하 사업장 21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해 요구한 것(복수응답)으로 ‘상여금 기본급화’가 37.5%로 가장 높았다. ‘휴일·연장근로 축소’가 17.8%, ‘임금산정·지급기준 변경’은 14.9%로 그 뒤를 뒤따랐다.
고한솔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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