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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문유석 “태연한 보도가 더 충격”

등록 2018-01-25 10:33수정 2018-01-25 21:15

문 판사, 페이스북에 “진영논리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개탄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건대입구역 인근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건대입구역 인근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법관에 대한 뒷조사와 재판 뒷거래 정황을 드러낸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관련해 “문건 자체보다도 우리 사회 일각의 이 태연자약함이 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문 부장판사는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성급히 뭔가를 앞질러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밝혀진 것들까지 모른 척하는 것은 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만 않았다면, 중요한 정치적 사건 재판에 대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사이에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같은 정도의 의사 연락이 오가도 되는 것인가? 정치권과 이런 대화를 나누던 판사, 그걸 보고받는 판사들이 재판부에 복귀해서 첨예한 분쟁들을 재판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문 부장판사는 이어 “일단 행정처 컴퓨터에서 이런 문서가 발견된 것까지는 확인되었다면 보수·진보를 떠나 언론이라면, 법조인이라면, 아니 시민이라면 누구든 우선 충격부터 받지 않을까”라며 “이 내용이 사실인지, 어떤 의미인지, 이 문건이 누구에 의해 왜 작성되었는지, 이 내용에 관여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 문건을 보고받은 사람들은 누구인지 밝힐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언론들은 위 문건에 대해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듯 언급이 없거나 대수롭지 않게 취급한다. 위 언론들이 인용하는 어떤 법조인들은 별일 아닌데 침소봉대되었다고 말한다”며 “내부로부터의 독립성도 중요시되는 법원은 ‘어느 조직’과도 다르기에 이런 일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정말 모르시는 걸까? 미국이나 독일 법원에도 이런 일들이 있나? 미국이나 독일 법원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나라의 언론과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물었다.

문 부장판사는 “나는 문건 자체보다도 우리 사회 일각의 이 태연자약함이 더 충격적”이라며 “만약 이번 정권하에서 같은 일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밝혀진다면? 이번엔 정반대로 입장이 바뀌어서 한쪽은 충격받고 분노하고 한쪽은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인데 침소봉대한다며 일축할까? 만약 그렇다면, 어차피 그럴 거니까 이번엔 이렇게 하면 그만인 건가. 우리 사회의 진영논리는 정말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개된 행정처 문건들을 보며 실제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언급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까지 따질 틈도 없이 우선 이 문건들이 동료 법관들에 의해 작성되고, 또 누군가는 이런 내용을 태연히 보고받고, 이걸로 회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앞이 아득해지고 이걸 보실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에 참담했던 나 같은 많은 판사들은 편향된 것인가?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모르는 순진한 바보인가”라고 말했다.

앞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꾸려진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등 청와대의 관심 재판 진행 상황과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동향 등을 ‘사찰’하고 선제대응책까지 담은 내부 문건 등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 : 양승태 대법, 청와대 요구대로 원세훈 재판부 동향 보고)

특히 법원행정처 기획1심의관이 사용한 컴퓨터에서 발견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2015년 2월 작성)을 보면, 청와대는 판결 선고 전 ‘항소 기각을 기대하면서 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고, 행정처는 ‘우회적·간접적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렸다. 판결 선고 뒤에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고, 행정처는 대응 방향으로 ‘(상고심) 기록 접수 전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같은 조사결과를 두고 23일치 신문에서 ‘재조사만 두 달…판사 PC까지 뒤졌지만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보도했고, <중앙일보> 역시 1면에서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판사 동향파악 문건 발견…인사상 불이익 조치는 없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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