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참여연대에 고발당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최근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법관 사찰’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법관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행정처기획조정실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이념적 성향·인적 관계·행적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법관 사찰’을 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관 사찰’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낸 성명에서 “(법관 사찰은) 정상적인 기획조정실의 업무를 명백히 벗어나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것이므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당시 사실상 법원행정처를 이끌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사찰에 관여했거나 방치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므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고발 내용으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을 사랑하는 판사들의 모임’(인사모) 소속 법관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하고 공동학술대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대책을 강구한 것, 법원이 추진하는 사법행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법관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이를 문건으로 작성한 것,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며 청와대와 교감한 것 등이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이 외에도 검찰의 추가수사가 필요한 사항으로 △추사조사위에서 확인하지 못한 최소 760개의 문건과 임종헌 전 차장의 컴퓨터 저장매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에 대한 구체적 사찰 지시 여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나 청와대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꼽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법워행정처가 헌법으로 보장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만큼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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