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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벌 총수·로펌 대표…특권층 성추행 고발 번지는 #미투

등록 2018-02-02 21:15수정 2018-02-02 21:31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폭로
“박삼구 회장 오면 안겨야 했다”
이재정 의원도 13년전 상처 고백

‘일회적 충격’ 넘어 변화의 ‘고리’로
“‘가해자 처벌’ 사회적 메시지 줘야”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발 ‘#미투’(#Me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가 한국 사회 최상층 엘리트 사회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에 이어 재벌 총수, 검사장 출신 법무법인 대표, 방송사 국장 등의 성추문이 잇따라 폭로되는 등 특권층 엘리트 사회의 감춰져온 실상이 미투 물살에 씻겨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유명 여배우들의 ‘미투 폭로’ 끝에 퇴출됐듯, 우리 안의 ‘와인스타인들’도 적절한 처분을 받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나아가 엘리트 계층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파문이 우리 사회 전반의 젠더 문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2일 법조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폭로가 터져 나왔다. 박삼구(73)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을 끌어안거나 손을 만지는 등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박 회장이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타운)를 방문하는 매달 첫주 목요일 아침에, 승무원들이 회사 로비에 모여 손뼉을 치거나 포옹을 하며 박 회장을 맞아야 했다는 것이다. 회사 관리자들은 ‘회장을 만나면 달려가서 안기라’는 지시를 했고, 박 회장은 ‘기 받으러 왔다’고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이런 박 회장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는 등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재벌 총수의 부적절한 행위가 ‘미투’ 대상에 오른 것은 한국 사회 초유의 일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변호사 취업 준비를 하던 13년 전에 검사장 출신 로펌(법무법인)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미투’ 대열에 섰다. 이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가해자는) 취업하려고 했던 로펌 대표였는데 (성추행) 이후에도 그분은 계속 전화를 해왔다”며 “(피해를 당할 당시) 왜 내가 더 강하게 아니라고 얘기하지 못했을까란 책망이나 아쉬움이 오랫동안 지배하고 있었다. 가슴을 할퀴고 나온 서지현 검사의 그 젖은 목소리가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송사인 <전남시비에스> 보도국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디가 문제제기를 했다가 두차례나 부당해고 당한 의혹도 누리꾼 사이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봇물 터진 ‘미투’가 특권층 엘리트 사회에 일회적 충격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로 나아갈 고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사건 폭로가 나온 조직은, 그 조직이 이 문제를 엄정 대처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는 “엘리트 집단에서도 터져 나온 미투가 누구라도 성범죄를 저지르면 그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의 동참으로 크게 번진 ‘미투’도 그 출발은 2007년 미국의 흑인 여성 운동가 타라나 버크의 제안이었다. 국내에서도 이미 평범한 사람들의 ‘미투’는 오랜 시간 벌어져왔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공동대표는 “미투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있어왔다. 성폭력 사건이 가해자의 잘못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상층부의 미투로 번진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허재현 송호진 최하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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