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성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전쟁 체험과 비슷한 수준으로 충격이 크고 상처도 오래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를 분석한 국내외 논문을 찾아보면, 성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다른 어떤 외상보다 크고 치료도 오래 걸렸다. 먼저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충남해바라기센터 연구팀은 대학병원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성폭력 피해자 40명과 일반인 83명의 정신과적 임상특성을 비교한 결과를 2015년 대한불안의학회지에 보고했다. 조사 대상 피해자와 대조군 모두 여성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유형은 성폭행 30명(75%), 강제추행 8명(20%), 성매매 2명(5%)이었다. 이들 가운데 31명(77.5%)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8명(20.2%)은 주요우울장애(우울증)로, 1명(2.5%)은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으로 각각 진단됐다.
조사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는 성폭력에 노출된지 2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었다. 임명호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적 불편감은 급성기라기보다는 지속해서 만성화돼가는 상태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가 60점 이상으로, 전쟁을 경험한 환자와 맞먹는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연구를 통해 드러난 성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전쟁을 경험한 환자에게 보이는 특징과 유사했다”며 “이는 교통사고를 비롯한 일반적인 외상 경험과 달리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자아 방어 능력 전체를 교란할 만큼의 강력한 외상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지민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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