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권력기관 개편안에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기관으로 꼽은 경찰의 보안 파트가 정치 개입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군 사이버사령부와 긴밀하게 협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공수사권 이전에 앞서 철저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보안 업무란 간첩이나 좌익사범을 감시·대응하는 대공업무를 뜻한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보안경찰 정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을 거치며 3000여명에서 18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3년차인 2010년 1900여명으로 늘었다가 박근혜 정부 후반부인 2016년에는 2500여명을 넘겼다.
업무 영역도 간첩 수사에서 사이버 쪽까지 확대됐다. 경찰청이 보안사이버 영역에 주목한 것은 2010년께부터다. 경찰청은 2009년 12월24일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 분석계를 확대해 보안사이버수사대를 만든다. 당시 근무했던 한 경찰 간부는 “2009년께 북한의 사이버 공격 부대의 규모가 커져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며 보안사이버 분야 확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의 공적조서를 보면 ‘보안 업무’의 범위가 북한 대응에만 그쳤는지는 의심스럽다.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한 한 경찰의 공적조서를 보면 “2015년 7월3일~14일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사이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인터넷 게시물을 이용한 안보 위해 세력 동향 분석·상황 전파하여 범죄 예방에 기여한 공이 있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다음과 네이버 카페도 모니터링 대상이었다.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일했던 한 경찰은 재테크, 성경 연구, 한 대학교의 졸업생 모임 카페 등을 대상으로 게시글을 모니터링했다. 북한 연계 사이트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가 있었던 셈이다.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최강욱 변호사는 “안보수사처 설치 등으로 경찰 보안 파트가 장막에 가려진 또 다른 비밀 조직이 될 수 있다”며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군 사이버사와 긴밀한 업무 공조를 벌인 정황이 드러난 이상, 당시 경찰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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