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반에서 벌어진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5곳의 채용비리 관련 수사 참고자료를 넘겨받아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케이비(KB) 국민은행의 수사 관련 자료는 서울남부지검에,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자료는 서울서부지검에, 디지비(DGB)대구은행과 비엔케이(BNK)부산은행 및 제이비(JB)광주은행의 참고자료는 각각 대구지검·부산지검·광주지검에 보내 수사를 맡겼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각 은행 인사 담당 실무진 등의 소환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일 이들 은행 5곳의 채용비리 의혹을 포착해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금감원이 포착한 채용비리 사례는 하나은행 13건, 국민은행 3건, 대구은행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 등 모두 22건이다. 금융권에선 특히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의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국민은행이 지원자 75명을 별도 관리한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채용 리스트’ 자료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표한 검사 결과에서 사례를 특정한 것은 광범위한 의심사례 중 최소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채용 비리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수 은행들이 탈락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들면서 채용관련 자료를 대부분 파기하고 꼬리가 잡힌 상당수 건에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는 상황”이라며 “특히 하나은행은 하드 디스크에서 다수 파일이 삭제된 가운데 남아있던 임시 파일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관련 자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 사이버 포렌식을 통해 추가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은행권 채용비리 실체 규명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실 쪽은 “최근 금감원 임원 등을 만나 ‘(채용비리 규명을) 직을 걸고 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 쪽은 “은행권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6일 오전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쟁점들을 질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남부지검 최종원 검사장의 자격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는 지난 4일 <문화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최 검사장이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당시 춘천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했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는 인터뷰에서 “당시 최 검사장으로부터 ‘사건을 불구속으로 종결하고, 증거목록에서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주요 인사의 이름을 삭제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쪽은 이에 대해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이날 형사6부(부장 김종오)에 배당했다”며 “(의혹과 관계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비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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