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여자 알파인스키 경기를 보려던 미국인 린다(45)씨가 경기 시작 30여분 전인 9시46분에서야 경기 지연 안내를 받았다. 사진 최민영 기자
초속 22미터가 넘는 강풍으로 11일에 이어 오늘도 일부 스키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경기가 지연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공지돼 분통을 터뜨렸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2일 오전 10시15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여자 대회전 런 1’ 경기가 미뤄졌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국제스키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풍속과 날씨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오늘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오는 15일 오전 9시30분으로 경기 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오전에 취소된 경기 티켓을 가진 사람들은 15일 경기를 볼 수 있고, 사정 있는 사람들은 확인을 거쳐 티켓 값을 환불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람객들에게 경기 지연이 공지된 시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평창올림픽 인포시스템을 보면 경기 지연이 결정된 것은 이날 오전 8시15분인데, 관람객들에게는 이 사실이 경기 직전에 공지됐다. 알파인스키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인 용평 레인보우 주차장에서 만난 미국인 린다(45)씨는 다시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오전 9시46분에서야 평창올림픽 앱을 통해 알림을 받았다. 그는 “경기가 지연됐다는 사실은 9시쯤 셔틀버스 기사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내국인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표를 예매한 정무관(40)씨는 새벽 4시에 11살 아들과 경주에서 출발했다. 대관령까지 운전을 하고 온 박씨는 대관령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셔틀버스를 타고 용평 레인보우 주차장까지 왔다. 정씨는 “경기 시작 20분 전인 9시55분에 경기 취소 문자를 받았다”면서 “경기가 이미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대관령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출발시키지 말고 공지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레인보우 주차장에는 정씨처럼 경기 지연 공지를 못 받고 대관령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온 관람객이 20-30명 가량 더 있었다.
전날 밤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박태수(28)씨도 레인보우 주차장에서 다다라서 인터넷 기사를 통해 경기가 미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표를 갖고 친구와 함께 평창을 찾은 박씨는 “선물 받은 표는 환불도 안 된다더라”며 허탈해했다. 그는 “15일에는 시간이 안 돼 오늘 열리는 다른 경기라도 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조직위는 “단순히 경기가 늦춰졌다는 사실만 전하는 것보다, 이후 일정이 어떻게 정해졌는지까지 함께 알리려다 보니 관람객에게 공지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평창/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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