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소리꾼 김남기가 아리랑을 부르는 상황에 관중이 난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난입했던 한국계 미국인 ㄱ(37)씨가 이번에는 기자들이 모여있는 강원미디어센터에 나타났다.
개막식 무대와 경기장에 두차례 난입해 올림픽 진행을 방해했던 ㄱ씨는 12일 오후 1시10분께 이번에는 강원미디어센터로 갑작스레 난입했다. 강원도청이 직접 운영하는 강원미디어센터는 강원도 강릉시에 마련돼 있으며,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내·외신 기자들이 사전 등록을 통해 비표를 받아 출입하는 공간이다. ㄱ씨는 비표 확인을 요청하는 직원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미디어센터에 들이닥쳤다가 밖으로 끌려나갔다.
ㄱ씨는 국적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한국사람이다.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서 한국어는 서툴다”고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ㄱ씨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개막식에 들어간 경위에 대해서는 “나는 티켓을 갖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로봇처럼 춤을 춰서 나도 로봇처럼 춤을 췄더니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난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냥 게임을 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자신이 올림픽의 팬이라면서 목에 맨 금메달 소품을 내보인 ㄱ씨는 관중석에서 공연을 관람하지 않고 무대에 난입한 이유를 따져 묻자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ㄱ씨는 강원미디어센터를 빠져나오는 내내 횡설수설했다. ㄱ씨는 영어로 “올림픽은 모두가 함께 즐겨야 하는데 티켓 구매가 힘들다”는 등의 말을 이어가다 강원미디어센터를 빠져나갔다. 이후 출동한 경찰은 강원미디어센터 관계자에게 난입 경위에 대해 들었으나 업무방해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비표없이 미디어센터에 들어와 한바퀴 돌고 간 것으로는 업무방해죄 적용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후 신변 처리 계획에 대해선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김남기(81) 정선아리랑 예능 보유자가 공연을 하는 중에 무대에 난입해 셀카를 찍는 등 소란을 부린 바 있다. ㄱ씨는 개막식에서 경찰에 끌려나오는 도중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일어나 춤을 추다가 경찰에 발각돼 다시 붙잡혔다. 강원지방경찰청은 11일 ㄱ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조직위에 관련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심사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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