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금지 응급 키트’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캡쳐
지하철역이나 커피전문점, 식당가 등 다중이용시설 화장실 등에서 ‘몰래카메라 범죄’(몰카 범죄)가 잇따르면서 ‘몰카 금지 응급 키트’까지 등장했다.
키트는 마스크, 송곳, 실리콘, 스티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몰카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몰카 구멍’을 송곳으로 눌러 카메라 렌즈를 부수고 실리콘을 바른 뒤 ‘몰카 금지’, ‘쳐다보지 마’ 등 글귀가 적혀 있는 스티커를 붙여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다.
‘몰카 구멍’이란 여자 화장실 양변기 칸 벽이나 문에서 종종 발견되는 정체불명의 작은 구멍이다. 지난해 7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서울 마포구 신촌역 여자 화장실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한 구멍을 찾았다고 알린 것을 시작으로, 다른 공중화장실에서도 몰카 구멍이 속속 발견됐다. 이후 화장실에까지 몰카 범죄가 기승이라는 불안감이 여성들 사이에서 퍼졌다.
몰카 키트를 제안한 건 ‘화장실 수호대’라는 아이디를 쓰는 창작자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글을 올려 “화장실 벽에 뚫려 있는 뜬금없는 구멍들을 보며 몰카가 실제로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더는 화장실에 갈 때 두려움에 떨며 구멍(몰카)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몰카 금지 응급 키트를 만들었다”고 창작 동기를 밝혔다. 그가 제안한 ‘몰카 금지 응급 키트’ 제작 관련 모금 프로젝트(www.tumblbug.com/soswoman)에는 모금 종료가 16일 남은 13일 오후 현재 애초 목표액의 4배가 넘는 404만원이 모였다.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높은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1523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6년 5185건으로 3.4배 늘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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