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15일 검찰에 출석했다. 다스가 비비케이(BBK) 투자금 환수를 위해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삼성이 다스의 현지 변호사 비용을 대신 내준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뇌물 사건”으로 표현하며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부회장 진술에 따라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이나 갓 출소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이 전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소환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과 아무 관련 없는 다스에 소송비용 대납한 이유가 뭔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았나’ 등 “검찰에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만 답했다.
검찰은 2009년 초 이 전 부회장이 삼성 미국법인 계좌를 통해 다스 소송을 대리하던 미국 대형 로펌인 ‘에이킨 검프’에 수십억원을 전달했고, 이 전 대통령이 그 대가로 같은 해 말 이건희 회장에 대한 원포인트 사면을 해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9일과 12일 삼성전자 사옥 등을 압수수색해 에이킨 검프와의 거래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 전 부회장이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상태에서 직접 소송비용 대납에 나선 배경에 삼성가 오너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 최순실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닮은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정권 맞춤형 로비’가 반복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상고심에서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었다는 삼성 주장을 반박하는 핵심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다스는 2000년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50억원만 돌려받았고, 2009년 에이킨 검프를 선임한 뒤 2011년 2월 비비케이 김경준씨의 스위스 계좌에 있던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디스팩트 시즌3#84_삼성, 이명박과도 커넥션 있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