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동국대시설분회 청소노동자와 ‘동국대 청소노동자 인원충원문제 해결을 위한 동국인 모임’ 학생들이 13일 오후 동국대 본관에서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설이 더 설운 이웃들이 적잖다. 따뜻한 연대의 차례상이 차려진다.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에 들어간 이 대학 본관에서 설을 맞이한다. 설 연휴에도 농성을 이어가기로 한 이들을 위한 합동 차례상과 함께 나눌 뜨끈한 떡국이 마련된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분회는 설날인 16일 오후 조합원 47명이 합동 차례를 지낼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선국장은 “일터를 지켜내기 위해 연휴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동국대 학생들도 함께해 희망을 나눈다. 앞서 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학교가 인력감축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해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의 자리를 신규 채용해야 한다”며 지난달 29일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동국대는 올해부터 청소인력을 새로 채용하지 않고 재학생 가운데 ‘청소 근로 장학생’을 뽑아 두시간 동안 학교 건물 등을 청소하게 하고 시급 1만5000원을 주기로 했다. 단시간 ‘알바’로 전일제 청소노동자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국대 학생들은 ‘청소 근로 장학을 철회하라’며 이에 맞서고 있다. 학생들은 ‘동국대 청소노동자 인원충원문제 해결을 위한 동국인 모임’을 만들고 지난 13일엔 청소노동자를 위로하기 위한 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김도균(26·철학과)씨는 “건물만 올라간다고 학습권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의 쾌적한 학습과 가장 밀접한 것은 청소”라며 청소노동자 지지 뜻을 밝혔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25개 단과대·학과 학생회도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노동자 충원은) 수백만원의 등록금 속에 당연히 포함된 학생들의 학습권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등 학교가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며 “(청소노동자가) 총장과의 직접 대화 등 이뤄지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로 30일째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본관 농성 중인 연세대에선 설 연휴 연대 차원의 대체 농성이 이어진다. 애초 노동자들이 계속 농성장을 지킬 계획이었으나, 그간 한파에 시달린 이들을 대신해 민주노총 사무처 상근자들이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경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장은 “명절 차례도 못 지내나 했는데 사무처에서 나서줬다. 너무도 고맙다”고 말했다. 신민정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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