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국가보상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중견 변호사가 검찰 등 권력기관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수사 기록을 해당 변호사 등에게 유출한 혐의로 현직 검사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 이성희)는 2015년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했던 추아무개 검사와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했던 최아무개 검사를 지난 21일 소환해 조사한 뒤 밤늦게 긴급체포했고, 22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아무개 변호사는 대구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 보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가로챈 혐의와 주가조작 연루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여러 차례 받았고, 지난 6일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최 변호사는 2015년 서울서부지검에서 보상금 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고,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는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다. 당시 서부지검과 남부지검에서 근무했던 추 검사와 최 검사는 수사 대상이었던 최 변호사에게 수사 기록 일부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최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담긴 녹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이 파일에는 2014년 최 변호사가 고소한 동업자 조아무개씨의 구치소 접견 대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 접견 녹취 파일 등은 수사기관이 아니면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은 이들 검사가 최 변호사 쪽에 이 파일을 넘겨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의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 관련 수사정보 유출에 가담한 수사관 2명도 구속한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감찰에서 출발한 서울고검의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관에 이어 현직 검사까지 수사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일선 검사의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변호사가 수사받을 당시 서부지검과 남부지검 모두 로비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난해 11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도 로비 의혹 관련 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윗선’에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의 과거 측근들은 최 변호사가 검찰과 국세청, 국방부 및 정부 고위 인사 등에게 지속적으로 로비를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향후 수사가 ‘게이트급’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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