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로 도난 편지 사들여 되판 혐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암행어사 박문수(1691~1756) 집안의 편지 1천여점을 장물업자로부터 사들여 숨긴 무허가 문화재 매매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08년 8월 충남 천안 고령박씨 종중의 재실(무덤 옆에 제사를 위해 지은 집)에서 도난당한 편지 1047점을 은닉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김아무개(65)씨를 입건하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도난 당한 편지도 모두 회수했다.
김씨는 문화재 매매업자로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지난 2012년 한 장물업자로부터 편지를 사들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다, 문화재 매매업자 ㄱ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범행은 ㄱ씨가 국사편찬위원회에 편지를 팔겠다고 신청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ㄱ씨가 편지를 샀다는 사실을 문화재청에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ㄱ씨가 김씨한테 속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전문위원의 감정을 보면, 이번에 회수된 편지 가운데 71건은 어사 박문수가 18세기 가족들로부터 받은 것이고, 나머지는 박문수의 후손인 박영보와 그 아들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 서신은 박문수가 병에 시달리면서도 시찰에 나섰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회수된 편지들은 고령박씨 문중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사를 살펴볼 수 있어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은 문화재”라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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