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선실세 위해 권력 사유화
밀실서 경제권력자들과 정경유착
정치보복이라며 진실 왜곡까지”
“대통령으로서 노력 감안해주길”
국선변호인 울먹이며 최후변론
밀실서 경제권력자들과 정경유착
정치보복이라며 진실 왜곡까지”
“대통령으로서 노력 감안해주길”
국선변호인 울먹이며 최후변론
검찰의 징역 30년 구형으로 지난해 4월17일 기소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재판이 막을 내렸다. 검찰은 ‘정경유착’ 범죄를 저지른 국정농단의 최종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국선변호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처를 주장했다.
■ 준엄한 처벌 강조한 검찰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가 27일 진행한 박 전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는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검사, 공소유지를 맡았던 김창진 특수4부장검사·전준철 대전지검 특수부장검사·김민형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장 등 9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이날 오후 24분간 진행된 검찰의 최후 변론은 118회의 재판, 130여명의 증인신문, 14만 쪽에 이르는 증거기록에서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592억원 뇌물 수수·요구 등 18가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헌법 가치 훼손, 정경유착, 민간기업 사유화, 문화·예술계 양극화, 무책임한 자세를 엄벌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전준철 부장검사는 “피고인은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비선 실세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그 결과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파면돼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인 피고인이 밀실에서 은밀하게 최고 경제권력자들을 만나 경제적 이익 제공을 요구하면서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전 부장검사는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는” 점도 재판부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뇌물액 592억원의 2배인 1185억원의 벌금 선고를 요청했다.
■ 국선변호인의 눈물 변론 박 전 대통령의 재판거부로 함께 사퇴한 유영하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단을 대신해 재판부는 지난해 10월25일 조현권·남현우·강철구·김혜영·박승길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박 전 대통령을 한 번도 접견하지 못했지만 혐의별로 돌아가면서 마지막까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변론했다.
검찰의 구형 뒤 첫 최후 변론에 나선 박승길 변호사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은 강요도 뇌물도 아닌 민관협력의 사례로, 출연 기업을 강요의 피해자로만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변론을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다. 박 변호사는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던 순간을 돌이키며 “수년간 평창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걸 알고 있어서 마음으로 수감돼있는 박 대통령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실수가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사적 이익이 없는 것도 감안해 부디 선처해주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삼성·현대차·포스코 등 사기업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강요 혐의에 대해 변론한 김혜영 변호사는 “국정을 운영하면서 한 요구를 협박이라고 보면 대통령의 국정 행위 모두 강요, 강요미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국정농단 주범은 최순실씨”라며 “측근의 잘못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도의적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혈연관계도 아닌 최씨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행동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40년 지기’처럼 중형 불가피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국선변호인들의 바람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미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국정농단 책임자’로 규정하고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바 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통된 13가지 혐의 중 삼성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 관련 뇌물 혐의를 뺀 11가지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청와대 문서유출 혐의도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만 예외가 될 수는 없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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