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할 항소심 재판부가 바뀌었다.
서울고법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항소심 재판부를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에서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로 바꿨다고 13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3부에서 변호인단 일부와 연고 관계를 이유로 재배당을 요청해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피고인 2명의 변호인단 일부가 형사3부 소속 법관과 동문이거나 과거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은 재판부 구성원과 개인적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돼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고법은 2016년 8월부터 법관과 변호인이 △고교 동문 △대학·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법학전문대학원 동기 △ 같은 시기 같은 기관 근무 경력 등 연고 관계가 있는 경우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재배당은 최씨의 조영철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과는 무관한 결정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씨는 지난 7일 “조 부장판사가 이화여대 재판에서 편견을 보여줬다”며 법원에 재판장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최씨 딸 정유라씨의 이대 ‘학사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거듭 재판부 교체를 경험하게 됐다. 최씨와 차은택씨 1심은 애초 형사29부(재판장 김수정)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연고관계 때문에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로 재배당됐다. 당시 차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변호인 가운데 한명이 김수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26기)인 사실이 확인됐다. 차씨 사건이 재배당되면서 차씨와 공범으로 묶여 관련 사건에 해당하는 최씨 사건의 재판부도 덩달아 교체됐다.
최씨 사건 항소심 심리를 맡게 된 형사4부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강요’ 등 사건을 맡고 있다. 재판장인 김문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씨로부터 받은 공짜 주식과 각종 특혜를 ‘보험성 뇌물’로 인정하고 징역 7년에 벌금 6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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