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며 출입구의 방향을 묻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극단 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상습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 이씨가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중죄로 판단된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씨는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모두 62차례의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씨의 가해 행위 상당수는 2013년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가운데 2010년 4월부터 발생한 상습 성추행 등 24건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성폭행 혐의는 오래된 일이고 그 당시 2010년과 2013년 사이에 상습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자신이 운영했던 연희단거리패 소속 단원 등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피해자 16명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감독에 대한 고소장을 냈다. 지난 16일 이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돼 피해자는 모두 17명으로 늘었다.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씨가 연희단거리패를 운영하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질렀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으나 “연기 지도상 한 행위”, “발성 연습을 위한 행위”라며 혐의를 일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가 성폭력 범죄를 방조했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으나 그에 대한 혐의는 찾지 못했다”며 “‘김씨가 시켰다’는 등의 (피해자)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씨가 기자회견에 앞서 리허설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증거인멸의 우려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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