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과거사위 조사 바탕 청구 가능토록 법개정 추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인혁당 사건, 최종길 서울대 교수 의문사 등 ‘과거사’ 규명대상 사건이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조사에서 국가 공권력이 저지른 범죄로 판정나면,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를 위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사건의 재심 청구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당정이 마련한 과거사법 개정안 초안을 보면, 다음달 1일 출범하는 과거사위의 조사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고문이나 가혹행위, 문서 위조 등 불법 행위가 인정되는 사건은 과거사위 조사 결과를 재심청구 사유로 인정하도록 재심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또,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른 주체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과거사위 조사 결과가 재심청구 사유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재심청구에 필요한 확정 판결을 대신할 수 있는 증명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 개시 사유를 ‘확정 판결에 의해 증거가 위조된 것으로 증명되는 때’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여당은 그동안 “권위주의 통치 아래서 국가 공권력이 저지른 인권유린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저해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 대부분이고, 국가 권력에 의해 증거가 인멸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재심 청구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과거사 사건의 재심요건 완화를 추진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8·15 기념사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보다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정은 30일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당정 공동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과거사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당 핵심 관계자는 “과거사법 개정 방침에 대해 일부 특위 위원들은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고,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최종안 확정 때까지는 당·정·청 조율을 한 두 차례 더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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