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팩을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 ㄱ씨는 홈쇼핑에 물건을 납품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판매량이 워낙 많아 납품을 거절할 수는 없지만, 홈쇼핑 방송 중간에 홍보용으로 방송되는 이미지 영상(사전영상) 제작비마저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점은 도통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ㄱ씨는 “홈쇼핑업체가 마스크팩을 사들여 직접 판매하는 상황에도 사전영상 제작비를 부담하라니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홈쇼핑 중간에 방송되는 사전영상 제작 비용을 납품업체와 홈쇼핑업체 둘 중 누가 내야 할지를 놓고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사전영상이란 홈쇼핑 방송에서 상품의 효능·효과 등의 정보를 추가 제공하고 상품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에 제작해 해당 상품 판매 방송 중간에 내보내는 영상물이다. 그동안 명확한 계약 기준 없이 관행적으로 상품 공급업자인 납품업체가 홈쇼핑회사에 사전영상을 제공해왔다. 홈쇼핑 채널의 제품 편성 여부에 따라 매출액이 크게 차이 나는 납품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했던 것이다. 최근 납품업체들이 “홈쇼핑회사가 갑질을 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넣으면서 힘겨루기가 본격화했다.
방통위는 납품업체 손을 들었다. 방통위는 홈쇼핑회사들이 사전영상 제작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홈쇼핑업체 7곳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방통위 시정명령에 불복하며 시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법원은 시정조치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홈쇼핑 사업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시정명령이 정당한지 본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다툼의 결론은 사전영상의 저작권과 홍보 효과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납품업체 중에서는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미리 광고 영상을 만들어 홈쇼핑과 온라인몰 등 여러 유통채널에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홈쇼핑이 사전영상을 제작할 경우, 저작권을 홈쇼핑업체가 갖게 되기 때문에 납품업체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홈쇼핑 회사가 제품을 미리 사들여 판매하는 경우에 납품업체는 판매량과 상관없이 미리 대금을 받기 때문에 사전영상의 홍보 효과는 해당 홈쇼핑의 매출에만 영향을 미친다”며 “이 경우까지 납품업체가 사전영상 제작비를 부담하는 것은 ‘갑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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