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2018학년도 정시 대입정보박람회에서 수험생들 사이로 연세대 등 대학이 차린 안내 창구가 보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연세대가 내년 입시부터 수시 전형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연계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정시 선발 인원은 전체 정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난다. ‘수능을 수능답게 해달라’는 교육부 요구를 전면 수용한 것으로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지 눈길이 쏠린다.
1일 연세대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내놓고 “수시 전형을 단순화해 수험생 부담을 완화하고, 전형별 특성에 맞는 수험생을 선발하기 위해 모든 수시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내년부터 모든 학생부종합(면접형·활동우수형·국제형·기회균등형)과 논술, 특기자 등 수시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능최저학력은 수시 수험생의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대학이 정해둔 ‘수능 영역별 최저등급’을 넘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되는 제도다.
또 연세대는 수능 점수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은 125명(12.4%) 늘어난 1136명을 뽑기로 했다. 내년 연세대 전체 입학정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요 대학들이 수시에 수능 점수를 연계하면서 수험생들은 수능, 내신, 논술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죽음의 트라이앵글(삼각형)’이라고 부를 만큼 부담을 토로해왔다. 수능최저학력 폐지와 정시 선발 확대는 ‘대입 제도 제자리 찾기’의 하나로 교육부가 개선을 추진해왔던 사안이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달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에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없앨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주요 사립대와 만나 정시 정원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전형이 수험생들에게 신뢰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는데도, 서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오히려 수시 인원을 늘리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사립대 가운데 연세대가 가장 먼저 이 안을 전면 수용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최저학력 기준 폐지 또는 축소는 수험생 부담을 줄이고, 대입 전형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대통령 공약 사항이자 교육부가 최근 3년 내내 강조한 사안”이라며 “주요 대학이 이를 수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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