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총신대 종합관 출입구가 학생들이 쌓아놓은 의자로 막혀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음주 정도면 학교가 안정되지 않겠어? 오늘은 수업하기에 여러 어려움이 있으니 이만 마치도록 하자.”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총신대 종합관 앞 주차장. 이날 수업이 예정됐던 한 교직과목 수강생 11명은 20여분 동안 건물 밖에서 출석체크를 한 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전체 수강생 48명 가운데 70% 이상이 불참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총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60여일 넘게 점거 농성이 이어진 총신대가 2주간의 휴업을 마치고 2일 수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날 총신대 곳곳에선 출결만 확인하고 수업을 끝내는 등의 파행이 빚어졌다.
학교도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총신대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대학교무지원처장 명의로 교수와 강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교수님들과 강사님들은 점거학생들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할 경우 112 긴급출동의 보호를 요청”하라는 내용의 대응책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하재송 교수(교회음악과)는 “교수와 강사가 강의실에 공권력을 불러들여 학생들과 대치하라는 것인지 학교의 지시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학교 쪽은 다른 대학보다 일주일 늦은 개강과 2주간의 휴업으로 더 이상 수업을 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신대 관계자는 “휴업일이 2주보다 길어질 경우 6월28일로 예정된 1학기 종강일까지 수업 보강이 불가능하다”며 “계절학기와 8월 졸업을 계획했던 학생들의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등록금을 내고 제대로 수업을 못 들을 바에 이번 학기를 휴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일어나고 있다. 학교 쪽은 “아직까지 ‘휴학러시’라고 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총학생회 등은 “학교 문제가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휴학 대신 수업 거부에 동참해달라”고 학생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총신대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4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사범계열 학과 재학생은 “학사 일정이 늦어질 경우 여름방학에 있을 실습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교육부가 나서 하루 빨리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가 물러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농성 중인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총신대를 찾은 졸업생 허아무개(49)씨는 “김영우 총장 한 사람만 물러나면 해결될 일인데,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쪽과 참여하려는 쪽으로 나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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